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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률사무소 무진 Oct 19. 2021

동업을 중단할 때(탈퇴·해지) 발생하는 문제들


동업계약에서 탈퇴하고자 하는 의뢰의 상당수는 두 사람이 동업하는 경우입니다. 3인 이상의 소규모라도, 실질적인 대립각은 2인 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회사를 세우는 경우는 좀 복잡하므로 글 뒷 부분에서 설명하기로 하고, 이하의 내용은 주식회사 설립 없이 조합체의 형태로 동업한 경우를 전제하여 설명합니다(공통되는 부분도 있으니 어느 경우에 해당하시든 내용 전체를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1. 정산 비율의 산정 기준


사업이 존속하되 1인만 탈퇴하는 경우 조합은 해산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탈퇴 당시의 조합재산상태를 기준으로 '손익분배비율'에 따라 내 몫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합의 재산상태는 단순히 조합이 소유하는 물적 자원의 가치뿐만 아니라, 영업권의 가치도 포함하여 평가합니다.


반면 사업 자체를 접게 되는 경우 조합이 해산되므로 청산 후 남은 재산을 각 동업자들이 '출자가액'에 비례하여 분배합니다. 그래서 2인 동업이 깨지는 경우 조합의 탈퇴냐 해산이냐 여부를 서로 유리하게 주장하곤 합니다.



2. 사업은 계속하되 나만 나가는 경우


1) 내 몫의 정산


조합의 탈퇴이므로 '손익분배비율'에 따라 내 몫이 결정됩니다. 다만 동업계약서에 출자와 별도로 손익분배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출자가액에 비례하여 손액분배비율을 정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711조 제1항).


그런데 실무상 2인 동업의 경우는 동업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뿐더러, 출자방식도 두 사람이 완전히 상이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한 사람이 자금을 전부 대고 다른 사람은 영업만 하는 식입니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이 출자한 노무나 영업노하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됩니다. 소송단계에서의 입증의 문제에 앞서, 당사자간 협상에서 이견이 크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A가 자금을 대고, B가 실제 운영을 도맡아서 식당을 했다고 합시다.


A 입장에서 보면 한 푼도 대지 않은 동업자 B가 "나 나갈테니 얼마 내놔라"고 하면 뭔 소리냐 싶을 겁니다. 반면 B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힘들게 식당을 제 궤도에 올려놨는데, 빈몸으로 내쫓기자니 억울하지요.


이처럼 서로간 현실인식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중재자 없이는 협의가 잘 안 됩니다.


2) 대외적인 책임문제 정리


가져갈 재산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책임도 살펴봐야 합니다. 나갈 때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정리해놓지 않으면 불의타를 맞게 됩니다.


우선 거래처와의 관계에서, 동업관계 유지시까지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동업에서 탈퇴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만약 상호속용의 경우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명의대여자책임이 문제되어 동업탈퇴 이후에 발생한 거래 상대방에 대한 채무까지 부담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근로관계는 실질만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자신이 객관적 시각에서 볼 때 고용주에 해당한다면 명의와 관계없이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탈퇴시 미지급급여나 퇴직금의 문제가 남아있다면 정리해야 합니다.


세금문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자등록이 동업자의 명의로만 되어있었다고 해도, 내부적 관계에서는 동업 전까지 발생한 세금은 분담해야 합니다. 또한 주식회사의 경우 과점주주납세책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3) 업무상 배임·횡령 문제


소규모 동업의 경우 개인통장과 사업자통장의 운용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에 급히 필요하면 내 통장에서 바로 직원 월급을 주기도 하고, 그러다 수익이 생기면 수익분배 전에 내가 쓴 비용을 먼저 회수하는 식이지요. 법인의 경우에도 가지급, 가수급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기준으로는 정당한 계산이었을지 몰라도, 외부적 시각에서는 문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나중에 나에 대한 공격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있다면 동업 탈퇴시 미리 깨끗이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4) 개인적 채권채무관계


A와 B의 예로 돌아옵니다. A는 2억을 들였는데 식당이 잘 안 됩니다. A가 그만 식당을 접자고 하자 B가 조금만 자기를 더 믿어달라며 5천만 원만 더 융통해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A가 "그럼 B 너에게 빌려주는 것으로 하자"고 하며 대출을 얻어 B에게 주고, B는 경영자금으로 씁니다.


나중에 사업이 망하고 A가 B에게 5천만원을 갚으라고 했더니 B는 같이 사업하다 망한 것인데 뭘 돌려달라고 하냐고 반박합니다.


혹은 A의 친구인 C가 B에게 위 5천만원을 주는 경우, C는 자신이 빌려준 것이니 갚으라고 할 것인 반면, B는 A가 C로부터 빌린 돈을 C가 곧바로 입금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이처럼 동업자간 개인적 채권채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뢰인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사실을 인식하곤 하는데, '차용증'이라고 써 있다고 해서 법원이 반드시 대여금으로만 봐 주는 것은 아닙니다.


5) 대외적 형사책임


식당이 망하게 되면, 내가 발을 뺐다고 해서 채권자들이 남아있는 동업자만 붙들고 있지 않습니다. 나한테까지 달려오겠지요.


혹여 동업자가 사람들을 속이며 영업했거나 불법적인 돈거래를 했다면, 나까지 공범으로 같이 엮일 수 있습니다. 실제 동업에서 어떻게 역할분담이 이루어졌는지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내 잘못이 없으니 괜찮다고 방심하다가 덜컥 기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업에서 빠져나오려면 이러한 위험이 있는지도 검토해 봐야 합니다.


6) 동업자에 대한 사기, 횡령, 배임 고소


동업자가 배째라며 버티는 경우, 형사고소 여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고소하지 않더라도 이런 카드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로 협상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악의적으로 정산을 거부하는 동업자를 상대로 한 예비적 카드일 뿐, 다른 방법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사고소라는게 맞고소의 위험도 있을 뿐더러, 소규모 동업은 민·형사 소송을 거치는 소모적 분쟁보다는 가급적 조기 해결을 통해 각자 갈길 가는 것이 서로에게 좋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함부로 휘두를 칼이 아니며, 변호사와 신중히 상의해 결정할 일입니다.



3. 사업은 계속하되 동업자만 나가는 경우


1) 나가려는 진짜 이유를 알아봐야 한다.


특히 사업이 잘 되는데 나가는 경우, 상대방이 처음부터 영업노하우를 빼 가려고 동업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업양도와는 달리 동업은 상법이 정한 경업금지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동업계약서나 별도 약정으로 미리 정하지 않는 이상, 동업자가 나가서 인근에 비슷한 경쟁업체를 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동업자가 집안사정이 어려워 그만두겠다고 하여 정산금으로 상당액을 지급했는데, 나가자마자 동업자가 인근에 동종업종을 개업해 뒷통수를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동업자가 나가는 경우 무작정 그럼 얼마 주겠다고 약속할 것이 아니라,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2) 동업자가 사업존속에 필수적인 보증금이나 권리금을 부담한 경우


실제 상담사례를 조금 변형하면 이렇습니다. A는 실력있는 요가 강사입니다. B가 나타나 자신이 투자를 할테니 A는 학원을 새로 차려 수익을 나누자고 권했습니다. B는 투자금으로 학원 시설의 보증금과 권리금을 지급하면서 임대차를 자기 명의로 계약합니다.


A의 실력과 명성으로 학원이 잘 되고 소문이 납니다. 그런데 갑자기 B가 집안형편상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하다며 임대차 보증금을 빼야겠다고 합니다. A로서는 당장 그런 큰 돈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A는 그 자리에 다른 요가학원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B가 더 많은 권리금을 받는 조건으로 다른 요가학원에 자리를 넘긴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임차인 명의를 B라고 했다고 해도 위 보증금은 조합원의 합유이므로 다른 약정이 없다면 B 마음대로 처분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B가 재빨리 임대차계약 해지하고 보증금 회수해 버리면, 당장 A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동업계약서에 제한과 책임을 명기하거나 혹은 임대인과 미리 특약을 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이미 동업계약이나 임대인과의 특약도 없는 상태에서 위와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재빠르게 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B의 신뢰관계 파괴를 소명하여 조합 해산에 따른 잔여자산분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을 가압류하고, 변호사 명의로 내용증명을 보내 조합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행위는 민·형사상 법적 책임이 따름을 경고하는 등이지요.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A를 협상테이블에 오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A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구도부터 바꿔야 합니다.


3) 헤어질 때에도 약정서가 필요하다.


동업자가 나가더라도 동업시에 발생한 분쟁에 관하여는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또 현재는 발견하지 못한 동업자의 과실이 나중에 나와 내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동업자가 나갈 경우에도 위 부분을 분명히 명시하기 위해 동업해지 약정서 작성을 통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사업을 아예 정리하는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조합의 해산 및 청산절차에 따릅니다. 이 단계에서 많이 문제되는 것은, 경영을 주도하는 동업자가 허위채무을 꾸미는 등으로 조합재산을 은닉하는 경우입니다.


조합에 남아있는 재산을 기준으로 출자가액에 비례하여 분배되므로, 약삭빠른 동업자 1인이 미리 사업상 필요한 지출로 외관만 형성하여 재산을 빼돌리는 것이지요. 돈 투자하는 사람들이 꼼꼼할 것 같지만, 의외로 "널 믿을테니 잘 경영해줘"하고 세세히 경영상황을 감독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업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동업자에게 무턱대고 바로 알리면 안 됩니다.



5. 주식회사의 경우 복잡하다.


주식회사를 설립한 경우 내부적으로 동업계약상의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되, 주식회사의 청산에 관한 상법의 규정에 따라 청산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일방 당사자가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 84381 판결 등).


제일 답답한 경우가 내 지분 40%, 상대방 지분 60%입니다. 상대방이 과반수 지분으로 경영을 마음대로 하면서 수익분배도 해 주지 않으며, 그래서 정리하려고 해도 지분 40%는 시중에서 거래되지도 않아 상대방이 사 주지 않으면 휴지조각입니다. 그냥 돈만 물린 상태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것이지요.


상담사례를 보면, 순진한 투자자나 동업자들 중에 상대방이 "추가투자를 하면 지분 10%를 너에게 더 줄게"라는 말에 큰 돈을 더 갖다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 10%가 나중에 나에게 어떤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따지지도 않고 말이지요.


이런 경우 상법상 이사해임청구가 될 만한 사실관계를 찾아내 해임청구 및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하거나, 형사상 고소 또는 거래처에 부당함을 호소(대기업 협력업체나 공기업과 거래하는 경우)하는 등 우회적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쉬운 싸움은 아닙니다.



6. 마치며


다른 분쟁과 마찬가지로,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제1의 목표입니다. 상대방이 어느정도 현명한 자라면, 합리적인 수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이익임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물론, 상대방이 내 제안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까지는 많은 압박이 필요합니다. 소송 전 단계에서의 변호사 역할은 여기에 집중됩니다. 언제나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되, 협상이 깨지면 생길 페널티를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지요.


막무가내인 상대방과는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업해지는 민사는 물론, 형사고소나 관계기관 진정, 세무적인 문제까지 들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깨끗한 싸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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