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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률사무소 무진 Oct 13. 2021

동업의 시작 : 동업계약서


동업과 관련하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시는 경우는 대개 동업 종료에 따른 정산에 관한 문의입니다. 이미 동업자간 사이가 나빠지고 문제가 터진 후이지요. 


하지만 어떤 분쟁이든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시작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동업계약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아예 없거나 조악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동업자 모두의 도장이 찍혀 있으면 다행입니다.


개인간 돈거래는 뭐 인정상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동업'씩이나 시작하는 사업자들이 도대체 왜 동업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는 것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의뢰인들께 물어보면 "그러게요, 저도 왜 그랬는지 후회가 됩니다"라고 말할 뿐, 야단맞는 학생처럼 입만 꾹 다물고 계시더군요.



1. 제대로 된 동업계약서를 쓰지 않는 이유


제 나름대로 이유를 추측해 보았습니다. 우선, 한국적 정서라고 할까요, 좋은 일 시작하면서 미래의 안 좋은 경우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문화가 있습니다.


 '우리 합심해서 대박 내보자!'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나중에 사이가 나빠지면 이렇게 나눠갖고 헤어지자'라는 말을 함께 꺼내기는 좀 민망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동업계약서를 쓰면서도 지분을 몇대 몇으로 한다는 기본적인 사항만 쓰고 분쟁에 대비한 정산 등에 관한 조항은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으로 계약서에 대한 고민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계약서'라는 것을 내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결정해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대단히 어렵고 무서운 것이라 함부로 손댈 수 없다고 여기지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떠도는 샘플을 다운로드 받아 빈칸 몇개 채우고 도장 찍은 후 "이제 다 했다!"하고 덮어버립니다. 마치 하기 싫은 숙제를 해치워 버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실 계약서를 '잘' 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유리한가에 대한 판단을 전제하는 것인데, 이게 쉽지 않지요. 


법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실리적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돈을 더 많이 투자한 쪽이라면 계약기간을 짧게 잡는 것과 길게 잡는 것 중 무엇이 유리할까요? 일정기간 매출이 일정 수준을 하회하는 것을 기준으로 동업체(조합) 해산 사유로 명시하는 것은 과연 돈을 투자한 쪽과 노무를 출자한 쪽 중 누구에게 유리할까요? 나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항이 나중에 도리어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동업을 시작할 때 신경써야 할 다른 중요한 사항이 워낙 많다는 점입니다. 당장 사업을 어떻게 성공시킬지만 고민해도 24시간이 모자라는데, 수익분배니 동업해지에 따른 정산의 문제로 계약조항을 갖고 동업자간에 밀당할 여유가 없지요.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동업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변호사들은 그렇게 계약서, 계약서 하는 걸까요? 실제로 동업계약서가 중요하기는 할까요? 네. 매우 중요합니다. 동업 관련 소송에서 정산금소송이든 주식인도청구든 가장 기본이 되는 서류가 동업계약서입니다. 따라서 어렵다고 회피하면 안됩니다. 


동업계약서에 도장 찍는 과정이 너무나도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최소한 동업에 관한 주요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에 동업자 모두에게 이런이런 내용으로 동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개요만이라도 이메일로 발송하여 동업 시작시의 합의내용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2. 동업계약서를 낳는 것 : '고민'과 '협상'


'동업계약서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말 그대로 종이에 글자를 인쇄하고 도장 찍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뢰인들을 살펴 보면 동업계약서에 들어가야 하는 주요 쟁점들(출자내용, 지분비율, 계약해지사유, 영업비밀보호 등)에 대해서는 다른 계약서를 참고하여 그럴듯하게 구색을 갖추는데, 정작 중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바로 어떤 내용을 왜 넣을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동업계약 해지사유는 인터넷에서 남들이 하는 대로 비슷하게 따라 쓰면 되는 게 아닙니다. 당장 나와 내 친구 우리 둘이 하는 이 '김밥집'이 어떤 경우에 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시나리오를 상상해본 후 고민 끝에 집어 넣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들을 보면 고민의 과정은 생략한 채 위와 같은 단어들을 기재한 것 자체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계약 해지사유로 왜 이걸 넣으신 거에요?"라고 물어보면 "다 그렇게 하던데요?"라고 답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동업계약서 작성자가 결단을 내렸더라도, 또 하나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것이지요. 


나한테 유리한 조항은 상대방에게는 불리합니다. 협상이 되어야 계약서에 비로소 들어갈텐데, 이 역시 어렵습니다. 동업을 시작할 때에는 서로 '좋은게 좋은거다'하는 분위기인데, 꼬치꼬치 따져서 나한테만 유리한 조항을 넣자고 말 꺼낼 수 있겠습니까. '너는 사업 성공시킬 생각은 안하고 뛰쳐 나갈 계산만 하고 있냐?'는 핀잔 듣기 딱 좋습니다. 


동업계약의 핵심은 이 '고민'과 '협상'을 제대로 거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찾아가야 할 시점은 동업계약이 깨졌을 때가 아니라 동업을 시작할 때입니다.



3. 변호사에게 악역을 맡기자.


자, 현실감각을 잠깐 내팽겨치고 이상론으로만 말하자면, 동업자 각자가 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하여 치열한 협상을 거친 후 동업계약서를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이 주로 하는 방식이지요. 창업컨설팅에서 수익성과 세무에 관한 여러 조언을 받듯이, 변호사로부터 어떤 내용이 나에게 유리한지, 협상과정에서 뭘 양보하고 챙길지 조언을 받는 것입니다. 대리인인 변호사들끼리 서로 수정안을 몇 차례씩 주고받으며 밀당(?)을 거치기도 합니다. 좋을 때야 그 사람 성격을 알 수 있겠습니까?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조항을 두고 다툴 때 비로소 동업자의 속마음을 알게 됩니다.


다만 실제로 두세명이 모여 하는 규모의 동업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크고, 또한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 대립하는 구도가 마치 시작하자마자 싸우는 것 같아 모양새도 별로 좋지 않지요.


하지만 동업계약서를 대충 쓰고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앞서 누누히 말했으니, 이런 방식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영업양수도계약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식인데, 쉽게 말하면 변호사에게 악역을 맡기는 겁니다. 동업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써 본 계약서 초안을 들고 같이 변호사에게 찾아갑니다. 그럼 변호사가 뭐라고 할까요? "두 분 화이팅 힘내셔서 사업 꼭 성공하세요! 제가 보기에도 대박 아이템이네요!"라고 응원만 하지는 않겠지요?



"개업자금은 A씨가 주로 출자하시는데, A씨는 그 자금을 어디서 구하신 것인지요? 만약 빌리신 거라면 수익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갚으실 건가요?"

"수익분배는 몇개월 마다 하나요? 수익분배를 위한 기초자료는 어떻게 공유를 하실 건가요? 혹시라도 수익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음식점 운영 경험은 B씨만 있군요. 그럼 A씨는 식당 운영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으시나요? 식당 매출이 수익이 아닐 때에도 월급은 주실 것인지요?"

"사업의 손익분기점은 언제쯤으로 보고 계신가요? 만약 계획보다 사업성과가 좋지 않아 추가 투자가 필요하거나 동업자 중 일부가 사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 그 시점이나 매출 기준, 정리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사업 진행 중 가수금이나 가지급금의 운용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요? 세금으로 납부할 부분은 사업 수익에서 어떻게 제외하고 적립할 계획입니까?"



이와 같이 동업 당사자 사이에는 선뜻 먼저 꺼내기 어려운 질문들을, 변호사가 대신 물어봄으로써 '어쩔 수 없이' 고민하고 대답하고 합의토록 만듭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동업자들은 각자 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자금력이 상호 동등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돈을 더 많이 투자하는 대신, 다른 사람은 사업경험이 풍부하거나 인맥 또는 영업력을 갖고 있는 식이지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동업계약을 해석하는 능력과 시야가 각자 다르다는 것입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동업자 중 순진한 1인은 아예 논점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 다른 1인은 필요성을 알면서도 일부러 생략하거나 자기에게 유리하게 슬쩍 바꿔버릴 수 있지요.


두 사람이 함께 변호사를 찾아가면 이런 위험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로서는 두 사람이 모두 의뢰인이 되므로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한 조항이 있다면 이를 지적하여 계약당사자가 모두 이를 이해하고 결정한 것인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해충돌을 미리 방지하는 선한 '악역'인 셈입니다.



4. 동업계약서 작성시 유의할 점


동업계약서에 들어가야 할 주요 쟁점은 포털 검색을 통하면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있으므로 저까지 보태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며, 일반론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시고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도장 찍을 계약서는 어디까지나 내 머리와 손가락에서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간 동업 관련 소송들을 하며 동업계약서와 관련하여 '이런 것을 잘 챙겨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한 부분들을 몇 개만 적어보겠습니다.


1) 동업계약서의 초안과 최종확정본을 명확히 구별할 것


우선 동업계약서의 최종확정본을 초안 내지 중간단계의 수정본과 완벽히 구별하고, 계약서 작성 과정의 모든 수정버전을 보관하시기 바랍니다(이메일을 통째로 보관하면 편리합니다). 


동업관련 소송에서 자주 나오는 패턴을 보면, 동업자간에 동업계약서 초안에서 각자가 수정한 버전을 이메일로 주고받다가, 조금씩 수정된 후 어느 시점에서 기록이 끊깁니다. 그리고 나서 소송에 가면 각자 다른 계약서(자신에게 유리한)를 들고 와서 최종계약서라고 우기지요. 아마도 동업 초기에 이런저런 일로 바쁜데다, 잘 아는 사이에 도장찍고 공증하고 할 필요가 있나 싶어 계약체결 마무리를 흐지부지 한 탓일 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종본에는 각자 인감도장을 찍고(간인 포함) 인감증명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동업자 수+1부를 작성하여 실물을 각자 보관하고 나머지 한 부는 공증하는 경우 공증사무실에 보관토록 하거나 객관적 위치에 있는 제3자에게 보관하도록 하면 됩니다. 믿을 만한 제3자를 찾지 못한다면 내용증명 우편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우체국에서 보관해 주니까요(다만 보관기간은 3년입니다).


또한 초안 및 수정본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소송에서 최종본의 계약조항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안 및 수정본의 내용이 참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당사자간 무엇을 양보하고 챙겼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므로 시간순서대로 정리해 보관하도록 합니다. 


2) 동업계약 작성시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 등 모든 자료를 잘 보관할 것


비법률가들은 계약이란 계약서에 적힌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영미법계 국가들과는 달리 계약서가 매우 축약적이기 때문에, 소송에서 당사자들이 합의한 계약내용이 무엇인지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계약서 이외에 여러가지 정황사실들을 많이 참고합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동업계약 작성과 관련하여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문자 등이 보충적으로 계약서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계약서 작성했으니 그간의 자료들은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파일백업이나 출력 형태로 안전하게 보관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메일 첨부파일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 전체가 일체로 보관되어야 합니다.


3) 귀책사유 및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


계약서에서 구체성을 갖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변동성이 있는 사항에 대해 지나치게 세부적인 조항을 만들면, 나중에 별 도움도 안 되면서 발목만 잡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나 귀책사유 및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가능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역시 일반론입니다만). 


변호사가 개입하지 않은 계약서에서 흔히 나오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하는 경우 갑에게는 일체의 법적 책임이 없다.", "~할 시에는 을이 모든 책임을 진다", "~ 을이 책임지고 배상한다", "~하는 경우 갑과 을이 협의하여 결정한다.", "갑은 ~일에 최선을 노력을 다하도록 한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반쪽짜리 조항입니다.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를 주장하는 자가 그 손해의 발생사실 및 손해액에 관한 입증책임을 집니다. 잘못한 놈에게 배상받기 위해서는 내가 그 배상액이 '얼마다'라고 판사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 조항들처럼 '니 책임이다'라고만 해 놓으면, 민사소송에서 받을 배상액이 기대보다 턱없이 적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어'라고 무턱대고 발 빼는 조항은 실제 소송에서는 의미있는 면책조항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따라서 귀책 및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은 가능한 구체성을 띠는 것이 좋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뭘 책임지는지, 배상액의 산정은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을 미리 정해야 합니다. 


다만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인 있는데, '손해배상의 예정'입니다. 손해배상책임을 구체화시키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으로, 미리 배상액을 정해놓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습니다.


그냥 액수만 써 놓는다고 끝이 아닐 뿐더러(법원에서 감액이 가능함), 자칫 잘못 정하면 나에게 도리어 손해인 경우도 있습니다. 실손해가 더 커도 미리 예정한 만큼만 받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사안에 따라 변용이 필요한 부분이라 제 경우 모든 계약에 일괄적으로 권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손해배상의 예정을 활용하고 싶다면, 손해배상 액수를 명시한 조항 뒷부분에 "배상받을 상대방은 본항의 손해배상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있을 경우 이를 입증하여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는 것이 배상받는 편에게는 유리합니다.


4) 수익 분배의 시기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


"갑과 을의 지분은 6:4로 한다"고만 정하는 계약서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해 놓으면 6개월 뒤 수익을 나눠달라고 할 때 상대방이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무슨 수익이야. 돈 들어갈 데만 산더미인데"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반대로 사업 초기에 수익분배보다 재투자가 필요한 상황인데 동업자들이 당장 통장에 있는 돈 왜 안 나누냐고 떼를 쓰면 불필요한 싸움이 생깁니다. 따라서 수익분배를 어느 주기로 할 지, 수익분배의 대상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다달이 수익이 나는 경우가 거의 드물기 때문에 계약한대로 수익분배를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일단 기준을 정해놓고 경영사정상 일시적으로 안 하는 것과, 처음부터 기준이 없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동업자 중 1인이 사업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 다른 동업자가 이런저런 꼼수로 회계상 이익이 나지 않도록 돈을 빼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정산에 대한 기초자료의 공유와 함께 위 조항이 존재한다면 이런 꼼수를 미리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 시작 전 정한 기준이 실제로 사업을 해 보니 현실에 잘 맞지 않는 경우 이를 수정해야 하므로, 동업조항을 수정할 수 있는 기준(특정 조건 성취시 혹은 다수결 등)을 미리 정해놓아야 합니다.


5) 임차보증금 등 사업의 기초가 되는 거액출자는 회수를 막는 장치를 둘 것


동업자 중 일부가 초기자금의 대부분을 대는 경우, 거액의 출자금으로 얻게 된 권리를 그 개인에게 귀속시키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사업장의 임대차계약을 보증금을 댄 개인 명의로 하는 경우이지요. 


이러면 중간에 그 사람 마음에 안 들 때마다 "나 보증금 빼서 나갈거야"가 무기가 됩니다. 사업이 잘 되면 잘 될수록 더 무서운 위협이 되지요. 


법리적으로는 동업계약에 따라 출자한 이상 임대차보증금은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조합체에 속하는 합유재산이므로 자기 명의로 되어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빼면 동업계약에 반할 소지가 큽니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건 내부적 문제로 사업 다 망해서 소송할 때 나오는 논리이고, 임대차보증금을 출자한 개인 명의로 되어 있는 이상 현실적으로는 상대방이 쩔쩔맬 수밖에 없습니다.


동업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해 공장을 운영하면서, 동업자 중 1인이 자기 토지를 공장 신축부지로 임대한 후 회사 운영이 자기 뜻대로 안 될 때마다 "나 내년에 임대차계약 연장 안 할거야"라고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내가 출자한 이 임대차보증금은 투자금이 아니라 너에게 빌려준 것 너도 잘 알지?"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에 끌려다니다 보면 지분도 주고, 차임도 더 주고, 가지급도 주고 하다가 사업이 산으로 갑니다. 


따라서 사업의 기초가 되는 거액의 출자금 사용처가 있다면,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회수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5. 맺으며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긴 잔소리가 되어 있군요. 뭐, 사실 변호사의 역할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듣기 싫은 잔소리 해 주는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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