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형사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까? - <2> 재판절차

by 법률사무소 무진

형사 재판의 실제 모습은 영화나 TV 드라마와는 많이 다릅니다. 특히 사건당 배정되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떤 순서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미리 준비해야 하지요.


앞선 글에서는 수사단계에서의 형사 절차를 설명드렸고, 이번에는 형사 사건의 재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약식기소의 경우는 이전 포스팅에서 이미 설명을 드렸으므로 정식기소, 즉, 구공판된 사건을 전제로 설명합니다.


※ 유튜브와 본문 중 선호하시는 방식으로 보시면 됩니다.



1. 판사는 가장 먼저 무엇을 궁금해 할까?


검사가 사건을 정식기소하면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의 부본을 피고인에게 송부하고 공판기일을 정합니다. 이제 피의자는 피고인의 신분으로 전환되지요.


그럼 재판이 열릴텐데, 첫 재판에서 판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게 뭘까요? 바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 즉, 죄를 인정하느냐 아니면 무죄를 다툴 것이냐입니다. 그 여부에 따라서 앞으로 재판 진행 절차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공판기일 전에 피고인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결정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부인하고 무죄를 다툴 것인지' 여부입니다. 그러면, 그 결정을 어떻게 할까요?


우선 피고인 스스로 마음 속에서 무죄라고 생각하느냐 여부는 법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그 개인의 고유한 판단일 것이고, 저희 변호인 입장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바로 검찰의 증거기록입니다.


공소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수사의 기밀성 때문에 피의자가 수사기록을 마음껏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단계로 넘어가면, 피고인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그 증거들을 열람등사 해서 보고 나서, 사건의 증거가 너무 명백하고 반박하기 어렵겠다고 판단이 되면 의뢰인에게 “이 사건은 무죄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하고 미리 의견을 말씀을 드리지요.


또 반대로, 기록을 봤더니 증거가 부족하거나 다툴만한 여지가 있다 싶으면 검사의 공소사실을 어떻게 반박하고 어떤 증거를 신청해야 할지, 그 증거기록을 토대로 미리 준비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된 것을 공판기일 전에 변호인의견서로 제출을 합니다.



2. 법정에 언제 어떻게 가나?


우선 공판기일이 정해지면 내 재판 시간보다 30분 정도 빨리 가시는 게 좋습니다. 미리 가서 앞에서 진행되는 사건들을 보면, '아, 이런 것들을 하는구나'하고 배울 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저희 의뢰인 중에 한 분은 아예 공판기일 일주일 전에 해당 재판부 법정에 가서 다른 재판들을 방청하면서, 재판장의 진행 스타일도 파악하고 다른 피고인들이 어떻게 변호하는지 직접 보고 공부하셨던 분도 있습니다. 이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지요.


법정에 가면 입구에 전광판이 있습니다. 그 화면에 내 사건번호와 이름 있는지 봐서 제대로 찾아 왔는지 확인하시고, 법정에 들어가서 방청석에 앉아서 앞에 진행되는 사건들 보고 계시면 됩니다.


그러다가 재판장이 내 사건번호와 피고인 이름을 부르면, 그때 일어나서 피고인석으로 가서 앉습니다. 그러면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이름 등 인적사항과 주소를 묻는 인정신문을 합니다.



3. 모두진술과 증거인부


이렇게 피고인이 제대로 출석했는지 확인이 되면, 검사가 먼저 ‘모두진술’(피고인을 왜 기소한 것인지, 공소장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는 것)을 하고, 끝나면 이제 피고인의 모두진술 차례가 돼서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에 대해 진술을 합니다.


그렇게 양측의 모두진술이 끝나고 나면, 이제 ‘증거인부’라는 절차를 합니다. 첫 공판기일에는 판사는 아직 공소장만 읽어봤지 증거는 못 보게 되어 있지요. 그래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목록에 있는 증거들을 판사가 그대로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피고인측에서 밝히는 겁니다.


얼핏 ‘동의’, ‘인정’ 등의 용어들만 들으면 간단해보이지만, 사실 증거동의에 관한 용어들에는 형사소송법상의 복잡한 법리가 담겨있기 때문에 법을 모르는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형사법정에 가 보면, 이 증거인부가 진행되는 모습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변호인 없이 혼자 재판받는 분들은 일단 법정에서 갑자기 증거목록을 받아봐도 거기 뭐가 있는지 천천히 읽어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뭘 어떻게 인정하고 부인하라는건지 자체를 잘 모르십니다. 그래서 당황하고 있다가 판사가 빨리 대답하라고 하니까 ‘어, 뭐 인정합니다.’ 이렇게 넘어가 버리시는 분들이 많은 현실이지요.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이 미리 준비를 해 갑니다. 그래서 변호인, 판사, 검사 셋이서 증거목록 페이지를 막 넘겨 가면서 뭐 3번 7번 부동의, 뭐는 입증취지 부인 이런 식의 말들을 서로 주고 받는데, 사실 옆에서 들으면 외계어처럼 들리기도 하지요.



4. 입증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첫 공판기일에서 또 중요한 부분은 피고인측의 입증계획을 밝히는 것입니다. 나를 유죄라고 공소를 제기한 검사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피고인측에서도 이것저것 증거를 내고 입증을 해야겠지요.


그래서 변호인이 재판장한테 "저희는 누구누구 몇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기관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자료가 있으니까, 법원에서 거기에다가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령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을 밝힙니다.


다만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재판장이 허락을 해야합니다. "증인은 3명까지는 필요없고 누구누구만 채택할 거고, 문서제출명령은 신청서를 제출하세요." 하는 식으로 재판장이 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그날 재판은 마무리가 되는 것이지요.


즉, 첫 공판기일에서는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5. 변론종결


첫 공판기일에서 세운 계획에 따라, 그 다음 공판기일부터는 증인신문을 한다거나 자료를 검증하는 등의 증거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증거조사를 다 마치고 나면 변론을 종결하는데, 보통은 재판장님이 ‘다음 기일에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라고 미리 말씀해주시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유리한 증거는 되도록 빨리 준비를 하고, 언제 변론이 종결되더라도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원래 증거조사를 마친 후에는 피고인신문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검사와 피고인이 동의하면 생략이 가능하고 실무에서는 생략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리고 증거조사를 다 마치고 변론 종결하는 날에 검사가 구형을 합니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식이지요. 그럼 이제 피고인측에서도 최종 의견을 진술하게 되는데, 보통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이 먼저 최후변론을 하고, 그 다음에 피고인이 직접 최후진술을 합니다.



6. 피고인의 최후진술


피고인의 최후진술이 과연 중요한 것이냐? 이에 대해서는 변호사들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판사의 양형은 어차피 그동안 했던 재판의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피고인이 최후진술 몇 마디 했다고 그게 무슨 영향이 있겠냐, 적당히 하면 되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고 보시는 분들이 많이 있고, 실제 현실에서도 최후진술을 멋지게 했다고 해서 판사님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다만 저희 사무실같은 경우에는 이 부분에 꽤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의뢰인이 초안을 작성해오시도록 하고, 저희가 본 다음에 '이 부분은 빼시라, 줄이시라' 말씀도 드리고, 말투나 복장같은 것도 신경을 씁니다.


그 이유는, 우선 실제로 재판에서 법적으로 중요한 진술은 거의 변호인이 다 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바로 최후진술이기 때문입니다. 즉, 최후진술은 단순히 변론요지서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 이상의 자리가 됩니다. 판사와 눈을 마주치고 내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이지요.


그리고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혹시라도, 판사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럴 때, 무표정한 얼굴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선처해 주십시오”라는 천편일률적인 멘트만 말하고 그냥 자리에 앉아버리는 사람보다는, 미리 써 온 꼬깃꼬깃한 메모를 꺼내면서 어떻게든 판사님한테 내 진심을 보이려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최후진술을 중언부언하면서 길게 하면 판사가 아마 엄청 싫어할 겁니다. 거기서 울고불고 신세한탄하는 행동은 정말 역효과 나니까 절대로 하지 마시고, 적절한 분량 내에서 효과적으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최후진술까지 마치면, 재판장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기일을 지정합니다. 변론 종결한 당일에 즉일선고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2주에서 4주 이내로 별도의 선고기일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7. 법원의 선고 : 실형과 법정구속


유죄판결 중에 가장 피하고 싶은 결과는 바로 실형이지요. 징역, 금고처럼 교도소나 구치소에 들어가서 복역하는 형을 실형이라고 합니다.


실형과 관련해서 알고 있어야 될 것이 바로 ‘법정구속’입니다. 생각보다 이걸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많은 분들이 ‘1심에서 형이 선고되어도 바로 확정되는 게 아니고 항소할 수 있기 때문에 확정되기 전까지는 내 신변에 별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닙니다. 형의 확정과 상관없이, 도주의 우려가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은 언제든지 구속시킬 수 있는 것이 우리 법상 원칙입니다.


그래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구치소로 데려가서 구금시키는 것을 '법정구속'이라고 합니다. 법정구속 여부는 판사의 재량이긴 하지만.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법정구속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변호인이 있는 경우는 미리 변호사가 말을 해줍니다. "혹시 실형이 나오면 법정구속될테니까, 급한일 있으면 처리하시고, 가족들한테도 미리 얘기해 놓으세요." 이렇게 말씀 드리는데, 혼자 재판받으시는 분들 중에는 전혀 준비없이 왔다가 법정구속되서 당황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선고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데려간다는 점을 미리 잘 알고 계셔야 합니다.



8. 법원의 선고 : 집행유예 등


다음으로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일정기간 그 형의 집행을 미루어 두었다가 그 기간 동안 죄를 범하지 않고 성실히 생활하면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여 형의 집행을 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유예기간을 정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습니다.


‘집행유예’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의미는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렇게 나오면, 2년동안 형의 집행을 미뤄두고, 그 2년 동안 죄 안 짓고 성실히 살면 징역 1년이라는 형의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집행유예는 겉으로 보기에는 당장 아무 일 없이 풀려나오기 때문에 '벌금 몇백만원씩 내는 것보다 이게 좋은 거 아니야?'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닙니다. 실형보다는 낫지만 벌금형보다 무거운 벌이 집행유예입니다. 집행유예가 실효되면 그 형을 다 살아야 될뿐더러, 일단 전과에 집행유예가 한 번 생겨버리면, 일종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셈이지요. 그 이후로 만약 형사재판을 또 받게 될 때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한편 '벌금형'을 보면, 이전 글(수사절차)에서 제가 검사가 보기에 벌금형 정도면 되겠다 싶은 사건은 애초에 정식기소가 아닌 약식기소, 즉 약식명령을 청구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정식기소가 되어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사건은 검사가 대부분 실형을 구형한다는 뜻입니다. 즉, 구공판된 사건에서는 벌금형이 나오면 꽤 잘 방어한 것이고, 나름 좋은 결과에 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으로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어 두었다가 일정기간을 무사히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제도입니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성실히 생활할 의지를 뚜렷이 보이는 때, 즉 개전의 정상이 뚜렷한 때에는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도 있습니다.


선고유예는 검사로 치면 기소유예와 비슷하지만, 기소유예보다 훨씬 받기가 어렵습니다. 가벼운 죄를 지었는데 나쁜 사람은 아니어서, 판사가 너무너무 봐 주고 싶은데, 도저히 무죄판결할 근거는 없을 때, 그때 예외적으로 해 주는 것이지요. 선고유예가 나왔다면 조상님들이 선대에 덕을 많이 쌓으신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9. 법원의 선고 : 무죄 판결


많은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지만 무죄판결 받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유죄가 명백하게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변호사들은 우스갯소리로 ‘현실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다’라고 말들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검사보다 '훨씬 더 열심히' 입증을 하고 다퉈야 무죄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앞서 무죄 주장 여부는 첫 공판기일 전에 결정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지요. 특히 무죄 주장의 경우 양형부당을 동시에 주장하는 것이 껄끄러워지는 사안들이 있기 때문에 재판하는 내내 심적 부담이 큽니다.


따라서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 그 자체뿐만 아니라 어떤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주장을 전개할지에 관하여 의뢰인과 변호인 간에 충분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밖에 면소판결/공소기각 판결은 흔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이렇게 두 편의 글에 걸쳐서 수사단계부터 1심 재판까지의 형사절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혹시 어떤 분들은, '변호사한테 맡기면 알아서 다 해 줄텐데 의뢰인이 머리아프게 이런 거를 다 시시콜콜 알아야 되느냐?' 이렇게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사무실은 의뢰인이 좀 힘드실 수 있더라도, 최대한 설명을 많이 드리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변호사, 판사, 검사한테는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는 상식들이, 우리 의뢰인들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저희가 일을 하면서 매번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이 많이 배우고 공부할수록, 변호사한테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 글이 당면하신 사안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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