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傾聽) - 남의 말을 귀기울여 주의깊게 들음

by 법률사무소 무진


경청은 참 어렵습니다.

노력을 더해도 쉽사리 제것이 되지 않더군요.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더 쉬웠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그 감정과 정서를 함께 나누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저 사람은 나와는 합이 맞지 않는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라고 단정짓는 것이 더 편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다보니

점점 더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게 됩니다.


심지어 저 혼자 멋대로 판단한 후

인간사에 결부된 감정을 '헛된 것'이라 칭하며

비이성적 판단이라 경멸하기에 이르더군요.


그런데 어떤 친구놈이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이다, 또는 '이성적'이다 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그냥 그 사람은 그런 선택이 하고 싶어서 그런 이유를 대는 것 뿐이다."라구요.

한 마디로 이성과 합리성은 본인의 선택을 포장 혹은 변명하는 말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또 어떤 영화에서도 말하더군요.

"감정만이, 인간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다"라고.


시간이 흐르고, 여러 사건을 겪다보니,

이들의 관점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다만, 저는 스스로 그런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였을 뿐이지요.


다시 경청이란 단어로 돌아와 생각해 봅니다.

'이성'을 '감정'보다 우월한 어떤 것이라 판단한다면,

제가 들어야 할 말은 오로지 '사실관계'뿐입니다.

타인을 경청할 이유까지는 없었던 것이지요.


제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기 행동의 객관화에는

사실 의뢰인의 '입장, 처지, 감정, 정서'가 끼어들 여지가 적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게 진실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로 그렇게 생각하고 살다보니,

내 말만, 내 감정만 앞세워 듣기보단 말하다보니,

그 끝에 아무것도 누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혼자 '기록' 속에 남아있을 뿐,

사건 속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삶은 제가 지향하는 삶이 아니었습니다.

제 생각과 고집은, 어느 순간 제 삶을 그렇게 황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지점에서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바꾸려고 합니다.

굳은살 만큼이나 오랜 습관이다 싶은 생각의 기준이니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오로지 신중하게 귀기울여 듣고자 하는

제 마음의 힘을 믿을 뿐입니다.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 낙관할 뿐입니다.


의뢰인을 위한 사건을 진행함에 있어

단 한 번만이라도 경청을 하여 듣고 싶습니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상대의 말을 듣고, 숨을 고르고 생각합니다.

제가 변호사로서 해야 할 말이나 하고 싶은 말 또한 그 생각의 뿌리까지 멈추고,

"왜"라는 질문으로 하나 둘 되짚어 나갑니다.


말씀을 하시는 분의 입장에 서서

언어의 내용 뿐만 아니라

내면에 있는 동기와 감정,

그 속에 담긴 정서까지 이해하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제 입장에서 설명하고,

또 다시 질문을 할 것입니다.


경청을 하기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제 입장에서 표현할 때

무비판적인 호응이나 동조,

감정이입과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경청의 방법으로

최근 읽은 인상깊었던 말은

"만약 누군가와 토론을 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앞선 사람이 했던 '생각'과 '감정'을 요약한 후

앞선 사람의 동의를 얻고,

그 후에야 비로소 자기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자."

는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반박)을 정리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경청하는 것이 토론의 기본이고

과정과 결론을 둘 다 얻을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것이겠지요.


단지 내 입장만을 고수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하는 단 한 순간만이라도

내 말에 반대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짐해 봅니다.


다음부터는,

일단 의뢰인의 말씀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그 내용을 요약한 후,

의뢰인이 그와 같은 생각을 하게된 동기를

제 나름대로 추측한 내용을 밝혀

의뢰인에게 말씀드려 진/위를 따진 후,

비로소 제 의견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노력하고자 합니다.


경청은 그냥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청은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기울여 듣고,

내가 이해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요약)하여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의뢰인이 가진 동기나 정서가 결론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공감하는 대화가 가진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오해가 없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싹틉니다.

경청은 가장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저 또한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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