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8
손을 다친 후 쉬는 동안, 마음도 함께 정리되며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과 현실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부터 이어진 작업은 마치 작업을 위한 작업이 되어버렸고, 현실적인 고민들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손을 다친 것은 그 어려움의 절정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나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아마도 이 시간이 나를 다시금 ‘왜’라는 질문으로 되돌려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업에 대한 열정과 그로 인한 부담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것을 직시하면서, 무엇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는지를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의 작업을 외부에 선보이며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빛나는 것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오히려 나를 내면으로 돌아오게 했다. 내가 동경하던 빛들은 겉으로만 반짝이거나, 그 이면에는 결핍과 공허함이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권력에 의존하거나 그것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모습들도 보았다. 하지만 내가 찾아야 할 빛은 외부가 아니라,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인정이나 권력이 아니라, 내면의 힘에 있었다. 이런 깨달음이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몰랐다면 좋았을 부분까지 알게 된 것 또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도 도움과 책임에 대한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스스로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때로는 도움을 받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꼈다. 하지만 진정한 책임이란 빚진 마음으로 갚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듯이,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이 믿고 기대어갈 수 있는 따뜻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결국 그것이 나 자신에게도, 나를 둘러싼 관계에도 더 건강하고 빛나는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