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9
필요한 것을 찾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눈앞에 놓인 것들 중에서 골라야 한다. 선택은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가시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비합리성 속에서 미니멀리즘은 하나의 대안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은 절제의 미학이기 이전에 환경에 대한 반응이다. 너무 많은 것들 앞에서 제대로 된 선택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덜어냄을 통해 다시 제대로 된 선택을 회복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기술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깨달음이나 수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단순한 인터페이스 안에 복잡성과 다양성을 담아냈다. 스마트 기기는 단순함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지금은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AI의 발전은 인간이 미니멀한 구조 안에서 복잡성을 해석하던 단계를 넘어, 복잡성과 다양성, 개성과 취향 자체를 개별적으로 생성하고 증식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깊이는 더 이상 긴 시간의 수행이나 고도화된 정신 활동의 결과만이 아니다. 기술은 소수만 접근할 수 있었던 영역을 다수에게 열어 보인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 이후에 있다.
이렇게 분화되고 세분화된 깊이들이 과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만류귀종이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한다면 인간이라는 종이 공유하는 경험과 사고의 기반 위에서 서로 다른 취향과 분야 역시 결국 맥락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만남 속에서 공감은 확장되고, 더 본질적인 새로움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문이 남는다.
기술을 통해 깊이에 도달한 사람들 역시 이러한 연결이 가능할까. 아니면 깊이마저 파편화되어, 더 이상 섞일 수 없는 상태로 분리되는 것은 아닐까. 다양성이 공명이 아니라 고립으로 귀결되는 가능성 역시 함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