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바운더리(Boundary)

by 로건리

역마살.

스무살 때부터 사주나 점을 보러가면 늘 따라붙던 단어였다.

그래서일까?

경기도에서 태어나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서울특별시를 찍고 부산에 내려와서 살고있는 것 말이다.

지역도 지역이지만 하루에도 행동반경이 굉장히 넓었다.

옆에서 보던 친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고 표현했다.

그러던 나의 삶은 하루 아침에 완전히 달라졌다.


"거실 푸바오."


오늘 아침 6시반부터 밤 10시까지 이 책상 의자에서 벗어난 것은, 점심, 저녁 식사 시간 2번과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던 서너차례, 몸살이 오는 것만 같다. 오늘은 개발자 과정의 수준별 반 편성 이후 첫 보충수업이 있었다. 눈으로는 너무 쉬워보이는데, 키보드 위에 손을 얹으면 하이얗게 지워지는 마법같은 일의 반복. 마치 입시생이었던 시절 야자를 하는 기분이랄까?


예전엔 이런 생활을 견디기 어려웠다. 이번엔 신기하게도 이 생활 패턴이 좋다.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지출하지 않아도 되고, 괜히 피곤한 사람을 만나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집 앞에 세워진 내 차는 아이들 방학까지 겹쳐 2주동안 방치되어 있다. 이러다 운전 까먹는거 아닌가?


삶의 바운더리가 꼭 넓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걸렸다. 바운더리가 좁아지니 시간이 많이 확보된다. 출퇴근도 왕복 2시간을 소비했는데 기간을 곱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출한 것인가? 여기서 바운더리를 더 좁히려면 잠도 책상에서 자야 가능한 일이니 지금 이정도가 딱 좋다.


내일도 별 다른 일상이 아니겠지만 기대된다. 나의 하루하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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