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호수
인간의 뇌는 나약하고 참 바보같다.
그래서 내가 하는 생각의 방향대로 휩쓸려 넘어가버린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한 나의 개발자 과정 공부는 오늘로 17일차를 맞이했다.
어제는 보충수업까지 있어서 밤 10시가 넘어서야 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정리를 하다보니 또 밤 10시가 넘었다.
생전 처음 접하는 파이썬 언어는 나를 괴롭히며 찾아왔다.
나는 바보인가?
이제 머리가 진짜 썩었나?
들을 땐 쉬운 것 같은데 코드를 써보려고 하면 한 자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뇌의 첫 변화가 있었다.
낮 4시쯤 커피를 사러 처음 집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스친 한 단어.
작은 돌맹이 하나에 물결이 멀리 퍼져나가는 호수처럼 나의 뇌가 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수백 조각의 퍼즐 조각 중 열 몇장이 맞춰지면서 혹시 이런 그림인가?
이 조각은 여기에 들어가야 하는건가?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다 맞출 수 있겠다.
이런 느낌?
오후에는 그동안 배운 내용의 이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리하면서 자꾸 보다보니 정이 들었나?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은 늘 적중하는데...
"코딩과 사랑에 빠질 것 같다."
훈련소에서 소대장님이 해준 말은 살면서 힘들때마다 떠오른다.
"너희들 이 날씨가 춥나? 추운게 아니다. 시원한거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힘들어지는거다."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바보같은 나의 귀여운 뇌가 어쩐일인지 떨리는 몸을 멈춰세웠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당장 해결이 된 건 없었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한 건 사실이다.
AI헬스케어 개발자 과정 역시 많은 문제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내 안에 고요한 생각의 호수에 "쉽다"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던지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