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날이 갈수록 이 여름의 무더위가 숨가쁘게 뜨거워졌고, 인내심도 더위에 점점 한계치를 느끼고 있었다.
'아 원래 이렇게 여름이 무더웠나. 이건 좀 너무하는 것 같은데. 가만. 아 그때 와인 대표님이 독일에 언제 가신다고 했지?'
와인 시음 세미나 이후 인스타를 서로 팔로우했던 게 기억나서 폰을 열고 대표님의 인스타를 살폈다.
'진짜 내 티셔츠를 입고 가셨을라나. 와 그랬으면 좋겠다. 뭐 아니어도 그날 좋아해주신 걸로도 대단한 일은 맞아.'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가 혹시나 아니면 어쩌지 하는 맘이 오락가락 교차하면서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강의를 하셨던 대표님은 한국국제와인협회의 중책을 맡고 계신만큼 인스타 게시물에 해외에서 찍은 사진들과 와인이 대부분이었다.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와인과 가보지 못한 나라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모르는 세계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생겼다.
그런데 도통 내 티셔츠는 보이지 않았고, 간혹 어느 나라인지 모를 피드도 있어서 여기가 어디인지 묻지도 못하고 혼자 궁금증만 키운채로 지켜봐야만 했다.
이제 내 티셔츠는 잊혀졌나 싶어 거의 포기하고 인스타를 열어 본 어느 날 내 눈을 의심할만한 사진을 마주했다.
'어머. 왠일. 진짜 입으셨네. 대박. 나보다 내가 디자인한 티셔츠가 독일 그것도 베를린에 갔어.'
흥분한 나머지 친한 친구들한테 대표님 인스타 사진을 캡쳐하며 내 티셔츠가 독일에 진출했다고 온동네에 알리면서 난리를 피웠다.
그러고나서 다시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자세히 뜯어봤는데 뭔가 배경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사진 뒷배경에 뭔가 익숙한게 보여서 확대해보니 세상에 이런, 한글로 주소가 써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와 이거 민망하네.'
이제 혼자서는 도저히 궁금증을 삭일 수가 없어서 대표님께 디엠을 보내 질문을 했다.
"대표님. 티셔츠 입어주셔서 너무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진은 독일이 아닌거 같은데 어딘가용."
"여기는 용산입니다. 독일은 7월말에 가요."
차마 독일에서 또 입어달라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그저 입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래, 용산이 어디냐. 내 티셔츠를 입어주신 것만도 영광이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라앉힘과 동시에 스물스물 또 7월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를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