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 1화
나는 작년 여름인 7월 중순부터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12월 8일에 수업을 다 마쳤다.
그 기간에 총 두가지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초장부터 거의 꼴찌를 면하지 못한 덕분에 비슷한 카테고리의 심화과정을 연이어 듣게 되어 총 5개월 정도의 시간을 같은 학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개강 초기에 코로나로 열흘 가량 빠진 게 바보의 길로 접어든 큰 이유로 생각되긴 하지만, 연습량도 확실히 부족해서 더욱 헤매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치명적인 건 공학 내지는 이과적 감각이 부족한 탓도 한 몫 크게 했다고 생각한다. 거의 3개월이 넘도록 실력도 늘지 않고 감각도 없는 모습을 생면 그대로 마주하면서 참 절망적으로 보냈다.
나 스스로를 얼마나 원망했던지.
머리를 쥐어박아서 잘 할수만 있다면, 미치도록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느날은 연습하다가 너무 내뜻대로 안되서 서러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보는 그런 내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다.
총 5개월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나는 늘 같은 길을 걸어갔다.
이동네가 시골도 아닌데 이상하게 학원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었고 돌아서 가는 길로 다녔기 때문에, 오히려 걸어가는게 더 빨랐다.
학원 수업이 오전 9시 20분 시작이라 자칫하면 늦을 수 있어서 나름 준비를 빨리 하고 집에서 나와야만 했다.
직장생활을 비교하면 사실 완전 껌이었다.
늘 그렇듯이 개강하고 얼마 안됐을땐 나름대로 여유있게 학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본성이 슬슬 드러나면서 점점 학원 수업 정각 또는 몇분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정각에 어느 날은 꽤나 늦게 이런식으로 반복하게 되었는데 항상 걸어다니다 보니 거리의 온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학원까지 가는 길은 지도상으로 27분 정도가 나온다.
나는 걸음이 꽤나 빠른데다 아침마다 허겁지겁 나오는 바람에 더욱 가속도가 붙어 어떤 날은 20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학원에 도착하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근 6년만에 최저 몸무게를 달성했고, 어느 날은 첫번째 수업을 들었던 학원 선생님이 날 불러세우며 살을 어떻게 뺐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다음화에 계속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