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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Apr 28. 2023

하얀 바탕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둘 다 하얀 바탕 위에서 시작한다.

직장생활로 한참 바쁠 시기였던 그 때, 나는 대략 한 10년 정도 글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블로그에라도 글을 쓰면서 하루를 털어버리곤 했는데.

20대에는 대부분 그렇듯 누군가를 더 의식하고 허탈해했다. 그리고 종종 허세와 겉멋에 빠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자 애를 쓰기도 했고, 그리하여 영혼은 더 굶주린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그런 텅빈 마음에 조금이라도 양분을 채우고, 나 조차 잘 알기 힘들었던 내 마음의 길을 찾아가고자 글을 꽤 자주 썼었다.

글의 시작은 언제나 하얀 머리 속처럼 방향을 잡기 어려웠고, 그것은 곧 모니터의 하얀 바탕에 한동안 머물게 되는 이유였다.

거의 이십년이 흐른 것 같지 아마도. 다시 하얀 바탕을 마주하고 글을 쓰는 것이.

게다가 이젠 또 다른 하얀 바탕 위에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내가.

참으로 근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말 끝이 어딘지 알 수도 없고, 앞이 어딘지 보이지도 않았던 과거 1년의 시간들. 그 시간의 분초를 느끼며 나름대로 충실하게 시간을 보냈던 그 1년.

오늘도 부족한 잠으로 몸과 머리는 몽롱하지만, 그래도 이 하얀 바탕에 또 한번 나를 고백한다.

"수고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하얀 바탕위에 까만 글을, 다양한 색깔의 그림들을 채우고 또 채우면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시간은 얼마나 고되고도 값질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이제는.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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