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병에 들꽃을 꽂으려고 화병을 수돗가로 가져간다.
습관적으로 수도꼭지를 최대한 젖혀서 강하게 물줄기를 내린다. 물 줄기 아래로 화병 입구를 갖다 댄다. 물은 둥그렇고 넙적한 화병 밑바닥에 잘 고이더니 그 위로 가느다란 몸통이 나오자 화병 주둥이 바깥으로 물을 뿜어낸다. 그 가느다란 몸통에는 도통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
나는 다시 수도꼭지로 손을 가져가서 수압을 조절한다. 좀더 약하게 약하게. 한번 조절하는 것으로는 그 화병 바닥부터 가느다란 몸통에 이르는 전체까지 물이 원활하게 들어가지 않는다.
몸통에 물이 잘 들어가는 지 수압을 두어번 확인하고는 다시 화병을 갖다댄다.
이제야 물이 화병 입구 끝까지 차오른다. 꺾어온 들꽃을 집어 넣어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렇다. 아무리 목표와 목적을 설정하고 실행하려고 해도, 그 정도와 견딜 수 있는 깜냥을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거쳐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음이 급하다고 강한 물줄기로 작은 병에 물을 한번에 채울 수는 없다.
그 그릇의 깊이와 높이, 지름에 맞게 물줄기를 조절해서 부어넣듯, 나의 목표를 향해 갈 때도 모든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해서 계단으로 밟듯이 올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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