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ing Business Plans
오늘은 십몇 년간 관여했던 창업지원사업과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사업계획서(아이디어 타입을 전환하는)는 부족하기 그지없습니다. 심사 시에도 해당 페이퍼의 완성도보다는 창업을 위한 사전준비와 이를 실행하고 있는 창업자의 노력을 중심으로 해당 아이템의 가능성 정도를 주로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페이퍼가 대부분입니다.
오늘 얘기는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지라는 방법론을 말하기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타트업과 정부부처가 좋아하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통해 한번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솝보틀이라고 하는 비누안에 샴푸 혹은 액상 바디용품을 넣은 제품입니다. 무꿍을 준비하던 중 뷰티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다양한 카테고리 서치 중 당시 혁신적 플랫폼이었던 킥스타터에서 발견한 아이템입니다.
당시 단순하지만 직관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있던 이 제품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제품은 대학원생이었던 창업자가 단순히 '제로웨이스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고자 기안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전문 지식이 부재했던 창업자는 다양한 전문가를 영입하고 실행, 실패를 반복하는 시행착오를 거쳐 킥스타터에 제품을 공개하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성공한 제품이 되었습니다.
[솝보틀 디벨롭 과정(추측 및 개인적 관점)]
(배경 1) 가정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생활용품(바디세안) 쓰레기
(배경 2) 대부분 액체형태의 대용량으로 무게를 줄이고 배송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플라스틱 용기사용
(해결방안 도출) 사용주기가 짧은 바디용품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환경도움
(아이디어 도출) 경도와 강도가 있는 비누안에 샴푸를 함께 넣어서 사용하게 하면 어떨까?
(테스트 목업 1) 기존 판매되는 제품 중 단단하고 크기가 큰 비누를 구입하고 안을 파내어 샴푸를 넣고 열을 가하고 접착제를 사용해 테스트 가능한 목업개발 - 크기, 경도, 강도가 다 다른 비누로 다양한 목업 제작
(테스트 목업 2) 직접 사용하며 사용 시 문제점(사용방식, 용량, 무게, 경도 및 강도 등) 도출
(테스트 목업 3) 도출된 문제점 중 우선순위를 정해 테스트 타입 목업 1 /2 /3 /4 제작
(프로토타입 제작 1) 비누공방을 찾아가 프로토타입의 수제제작에 대한 조언 및 의뢰
(클로즈 테스트) 30~100개 정도 제작해 주변 지인 및 동료들에게 테스트 진행 / 2~3회 반복
(프로토타입 제작 2) 클로즈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2차 프로토타입 제작 및 상품화(패키지 등 포함)
(프로토타입 판매) 플리마케, SNS를 통해 테스트 판매 진행 / 단 배송비와 원가 정도 가격책정 후 사용후기를 확보 -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1~10까지 과정을 SNS에 공개해 초기 관심 있는 고객층 확보가 동반되어야 함 - 설문을 통한 객관적 자료화 (사용감, 만족도, 가격책정, 구매의향, 지인 추천 의향, 개선점 등) 획득
(프로토타입 제작 3) 설문 내용과 원가 등을 산정하여 판매가격 및 제품 컨셉과 주요 고객 층 선정
*사실 아이디어 디벨롭 단계에서 이미 주요 고객이 결정되는 하나, 실제 테스트를 해보면 초기 고객과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함. 초기에는 아마도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고객 및 주부층이었을 것으로 예상
이 정도의 준비과정이 끝나면 '킥스타터'와 같은 클라우드 펀딩에 도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혁신적으로 보이시나요?
여러분들이 결과만을 통해 접하는 정보는 대부분 이러한 지난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얻어진 결과이며, 그 결과가 매체와 SNS를 통해 확산되면 '혁신'이라는 단어로 포장되어 보이는 것입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혁신적이고 아무리 뛰어나더라도(사실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위와 같은 과정의 반복 없이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바람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얼마 전 잠깐 본 유튜브에서 경리단길 요식업의 대가였던 홍석천이 '나는 남들이 안 하던 즉 시장에 없던 아이템을 먼저 했다. 그만큼 피로도와 시장의 반발을 먼저, 혼자 받게 되더라. 그래서 장사는 1번보다는 어느 정도 초기 진입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좋다.'라는 인터뷰를 봤습니다.
'혁신'을 종교처럼 맹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장에 없던 것을 먼저 만들면 사람들은 좋아하고 구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중국의 거대한 시장이 있으니 이쑤시개만 팔아도 돈을 벌게 될 것이라는 생각과 비슷하죠.
고객은 시장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습니다.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거대한 지역의 바이어와 콴시를 맺어야 하고 천문학적인 비용과 숫자의 샘플을 만들고 배포해야 합니다. 그러니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도 거대한 시장이 있음에도 쉽게 진출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자본이 없어 월급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위와 같은 관점을 시장과 고객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기에 가까운 허세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위 사진의 제품은 구글이 스마트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내놓은 '혁신'적인 제품인 모듈형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입니다.(초기에는 모토로라가 시작했으나 구글에 인수되며 시장에 선보임)
아라는 레고 블록처럼 외골격(endoskeleton)으로 불리는 직육면체 모양 케이스에 다양한 부품 모듈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으로 당시 가격도 저렴해 시장에서 엄청난 선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는 전망했습니다.
최소 100달러에서 시작하여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모듈파츠를 구매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격과 스펙의 스마트폰이 되는 구조로 말 그대로 시장의 모든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2013년 호기롭게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결국 3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개발자 중심의 마인드에서 시작된 제품이 고객의 정확한 니즈를 찾지 못하면서 방향성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방법적 변화만 추구하다 보니 결국 제품 완성도와 함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머리 하나에 다리가 셋인 모양이었지만 자주 변화하며 다리 하나에 머리가 여덟 개가 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모듈 = 혁신'이라는 환상은 이후에도 LG의 G5와 모토로라(레노버)의 MOTO Z로 이어지며 시장에 선보였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스마트폰을 펴고, 접고, 늘리고, 투명하게 만들고, 시계 속에도 넣은 시대임에도 여전히 혁신이라는 모듈형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소비자의 관점이 아닌 개발자와 제작자 관점으로 제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그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시키고 선택받지 못한다면 그 제품은 팔릴 수가 없습니다.
휴거라고 기억하시나요?
1997년과 2000년 인류는 유래없는 대혼란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종말'이라는 예언이 도래했기 때문이죠. 전 세계에 종말론자가 득세하기 시작했고, 이름도 모르는 각종 종교가 인류 종말의 유일한 구원은 신앙이라며 종말팔이 장사를 하던 세기말 대혼란의 시대였습니다.
예언이 빗나갔는지 다행히도 우리는 종말에서 벗어나 여전히 삶을 영위하고 있죠.
여하튼 인간이 가장 두려운 것은 바로 '불확실'입니다.
그래서 내 눈으로 혹은 다수가 검증하지 못한 미지의 무엇인가에 대해 두려워하고 그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을 노린 것이 바로 위에 언급한 '종말론'이었습니다. 여전히 인류는 미래라는 불확실의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예언자'를 찾으며 필요하다면 몇백, 몇천 년의 자료까지 찾아와 이를 현실의 세계에 투영하고자 합니다.(심지어는 만화작가의 상상력까지 예언으로 만들어내고 있죠...)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배송을 하는 나라는 이견없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에 살던 외국인이 모국으로 돌아가 가장 불편한 것이 바로 빠른 배송과 집 앞의 편의점이라고 하니 그 위상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빠른 배송임에도 2~3일이라는 배송시간이 그리도 길게 느껴졌는지 매번 배송과정을 폰으로 확인하고 전화하며 더 정확하고 더 빠르게 받고자 합니다.
'당신이 아침을 먹기 전에.....'
'당신의 아이가 학교 가기 전에....'
'당신이 아침에 출근 전에....'
'저녁 10시까지 주문한다면 우리는 당신이 주문한 제품을 새벽에 배송합니다.'
빠르게, 정확히 병에 걸려 불확실성을 용서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얼마나 혁신적인 서비스입니까?
사람들은 열광하고 환호하며 앞다투어 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적자를 거듭하던 이 서비스는 현재 연간 4조의 가까운 매출을 일으키는 유통업계의 괴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만약 이러한 혁신적인 배송서비스를 개발자, 제공자 입장으로 아래와 같이 광고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는 첨단물류서비스를 통해 오차율 0.1% 효율로 정확하고 빠르게 배송합니다'
'우리의 물류시스템은 전자동 시스템으로 12만 대 로봇을 통해 전국에 거대한 유통망.....'
'당신이 구매를 하면 개인맞춤형 주문시스템이 필요한 정보를 선택해 노출하고......"
아마 지금과 같은 성공이 더 늦어졌을지도 모릅니다.
혁신이라는 것은 결국 구매하는 '소비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앞도적인 기술력을 통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퍼포먼스를 구현하더라도 그것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소비자가 수긍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사업아이디어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다음에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조사한 후, 내가 하고자 하는 혁신과 고객의 니즈와의 중간, 그 어디쯤의 타협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시장과 고객이 내 제품을 몰라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이러한 노력이 어쩌면 더 혁신적인 사고 일지도 모릅니다.
위 사업계획서 양식은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입니다.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 그것도 아이디얼 타입의 창업준비자들이 많이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2번째 이미지의 사업계획서 양식목차를 보면,
1. 문제인식
2. 실현가능성
3. 성장전략
4. 팀구성
입니다.
■문제인식(Defining the Problem)
위 첫 번째 단락에 쓴 글(아래 이미지)을 참고해서 생각해 보시면 문제를 인식하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어떻게 생각해 냈으며, 그 해결방안을 어떤 방식과 어떤 노력과 어떤 재원을 투자하여 검증했는지까지의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어떻게 검증하고 노력해서 실현가능한 수준까지 디벨롭하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문제제기 이 부분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작성된다면 당신의 사업계획서는 이미 실패한 것입니다.
■실현가능성(Feasibility & Proof)
문제인식에서 파생되고 구체화하는 과정의 내용으로 주로 목업, 테스트, 프로토타입, 린스타트업 방식이라 불리는 테스트 / 데이터확보 / 수정보완 / 재테스트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현재 수준에서 사업화 지원을 받을 경우 어떠한 단계까지 성장 혹은 전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많이 실수하는 것이 이전 준비단계에서 디벨롭된 인과관계없이 단지 돈(지원)을 받게 되면 이러한 방향으로 만들 것이다라는 추상적인 계획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그럴싸한(실제로는 평가절하됩니다.) 그림으로 가져와 꾸며놓는다 하더라도 준비단계에서 디벨롭된 인과 관계가 약하게 되면 심사에서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이때 구체적인 데이터(고객테스트)를 통해 실현가능성 즉 고객에게 선택받는 '혁신' 혹은 검증되어 발전하는 '혁신'이라는 명확한 이미지를 제공해야 심사에 통과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게 됩니다.
■성장전략(Scalability Strategy)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고객과 고객이 속한 시장 그리고 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단락입니다.
대부분이 유사한 시장의 대형브랜드를 타겟으로 선정하고 그 브랜드가 가진 약점 혹은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여 차별성을 유지하겠다는 일차원적인 전략을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이렇게 일차원적인 전략을 작성하는 이유는 향후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장했을 때 그러한 전략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 스타트업인 상태부터 시작해서 최종 단계까지의 점진적이고 발전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부분이 상당히 어려운 단락으로 대부분 얼버무리고 넘어가지만, 이 부분이 잘 작성된다면 반대로 다른 사업계획서 보다 더 돋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모두가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했을 때 보상을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성장전략을 잘 작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타협점, 현재(스타트업 일 때)의 내 제품의 혁신과 고객니즈와의 타협점부터, 이후 디벨롭되어 규모가 커졌을 때 예상되는 타협점까지 점진적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맞춤형 화장품이라고 하면, 초기 많은 자본을 들여 광고 및 홍보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광고 홍보를 통해 제품인 초기 시장인지도를 높이겠다라고 씁니다.
하지만 아래처럼 쓴다면 어떨까요?
-초기 대표 SNS(구독자 1만 명)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 개발과정, 신제품 출시 및 각종 정보를 노출하여 브랜드 SNS로 유입유도 / 목표 3개월 1000천 명
-초기 프로토타입 테스트에 참여했던 인플루언서와 SNS로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공동구매 및 각종 이벤트를 유치하여 신규고객을 브랜드 SNS 유입유도 / 행사목표 회당 500명'
-이후 1만 명 정도의 브랜드 SNS에 유입된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제품 런칭 / 초기 제작비 회수가능한 회원특가 판매를 통해 선순환 구조 확보 / 초기 3천 개 제작 - 50% 할인된 가격으로 회원고객 1000개 우선판매 (사전예약판매)
등 구체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작성한다면 좀 더 실현가능성 높은 성장전략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창업지원사업의 심사위원은 전문가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것이 심사위원분들이 각 분야의 엄청난 전문가로 생각하시는데, 사실 창업지원사업의 심사위원들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업계획서나,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은 아닙니다.
따라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일반 언어로 명확하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인과관계, 즉, 생각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얻고 이를 반영하고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설명해야 합니다.
처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분들은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마치 친구나 가족에서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말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그 말을 녹음하고 녹음된 말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하면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디벨롭될 때마다 업그레이드해서 녹음하고 글로 옮기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인과관계를 포함한 구체적인 글로 점점 바뀌게 됩니다.
올해에 있을 지원사업에 다들 좋은 결과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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