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로레알의 선전포고 : 무꿍의 생존 전략

The Green Wave

by Custom K

로레알의 2030년 100% 지속가능 원료로의 전환이라는 대 변화에 맞춰 화장품 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존전략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꿍의 준비과정도 한 스푼 더해보겠습니다)


저는 8년 차 기초화장품 브랜드 ‘무꿍(Mukkung)’의 대표 무꿍애비_정대표입니다.


8년 전, 나고야 의정서를 마주하며 ‘원료의 오리진(Origin)’이 화장품의 미래가 될 것이라 예견했던 저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글로벌 뷰티 업계의 절대 강자, 로레알(L'Oréal)이 발표한 2030년 비전은 단순한 기업 목표를 넘어,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 던지는 거대한 ‘선전포고’와도 같습니다.



1. 거대한 파도, 로레알의 ‘천연 원료 100%’ 선언


1.png 로레알 그룹_ESG 연례보고서_2024


로레알은 2030년까지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성분의 95%를 식물이나 풍부한 미네랄 등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고, 100% 추적 가능한 지속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이 선언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좋은 추출물 몇 가지를 더 넣겠다’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화장품을 구성하는 베이스(물), 용매, 계면활성제, 방부제에 이르기까지, 기존 석유화학 기반의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산업 혁명 수준의 변화를 예고한 것입니다. 거대 자본이 ‘천연’을 표준으로 삼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니치(Niche) 마켓의 트렌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됩니다.


현재 화장품 제조기준으로 생각하면 거의 모든 제품이 코스모스(유럽통합 천연유기농인증) 기준으로 제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에 코스모스인증 화장품을 검색해 보세요.


자체적으로 원료를 개발해 원료와 제품을 모두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고로 무꿍은 고로쇠수액을 원료로 인증받고 인증받은 원료로 제품을 생산해 제품인증도 받았습니다.


이미 인증받은 원료로 생산된 제품자체도 매우 적은 상태입니다. 이유는 높은 생산 비용과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코스모스인증 생산시설 미비) 때문에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코스모스 인증을 받기 꺼려합니다.

자!!! 여러분이 브랜드 대표라고 생각을 해봅시다.


현재 900원이면 생산될 수 있는 토너를 코스모스인증 제품으로 생산할 경우 3천 원 후반으로 생산비용 증가의 압박과 함께 기존의 소비자에게 어필했던 모든 사용감 증진 성분(석유화학 추출물 계열)과 색소, 향료, 점증제 그리고 방부제 또한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정고객은 성분의 사실 퍼포먼스보다 마케팅을 통한 사용감과 사용감 대비 가격에 익숙한 상황입니다. 기존의 사용감과 비용구조를 포기한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당신은 코스모스 인증 제품을 만들겠습니까?


(거기다 향후 시장을 위해 코스모스인증 독자원료도 개발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요)


어렵겠죠 그래서 모든 브랜드들이 암묵적 협의 혹은 동조 혹은 무시라는 방법으로 기존 성분위주의 포뮬러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맨 앞에서 화학이라는 거대한 옹벽을 쌓고 '뷰티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깃발을 내걸었던 로레알이 성문을 열고 깃발을 내리며 무장해제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레알의 기치를 따르던 중소뷰티 브랜드의 미래는 어떨까요? 연쇄붕괴는 기정사실이며, 얼마나 빨리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2. 예견된 지각변동 : 시장은 어떻게 요동칠 것인가?


2.png 닥터 하위쉬카_홈페이지_유기농농장


[첫째, ‘진짜’ 원료 확보 전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처럼 이름 모를 해외 공장에서 저렴하게 들여온 추출물 파우더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로레알 같은 거대 기업이 전 세계의 질 좋은 천연 원료를 쓸어 담기 시작하면, 중소 브랜드들은 원료 수급난과 가격 폭등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어디서 온 것인가’를 증명할 수 없는 원료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입니다.


아니면 닥터하우쉬카와 같이 자신의 브랜드와 철학에 맞는 농장을 통해 직접 재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료 수급 체계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습니다. 200ml 토너에 사용되는 병풀추출물의 경우, 많아야 1~2%(2~4g) 수준이지만, 가공되는 원물의 크기는 20~30배 이상이며 대량의 생산할 경우 일반적인 생산량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습니다. (이전처럼 잘 팔린다고 해서 무한정 찍어낼 수 없는 수급체계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방법을 택하던 '물장사'로 비유되던 대량생산 방식의 원가구조는 더 이상 불가능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물론 저가브랜드(다이소, 편의점, 플랫폼 유통기업의 PB상품 등)들은 중저가 혹은 제대로 된 브랜드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간의 애매모호한 중저가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제품들은 점점 그 설자리를 잃어갈 것입니다.


3.png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는 천연방부제 종류_구글검색'


[둘째, R&D(연구개발)의 기술 장벽이 높아질 것입니다]


화학 성분을 배제하고 천연 유래 성분만으로 기존 화장품의 발림성, 보존력, 효능을 구현하는 것은 엄청난 기술적 난제입니다. 흉내만 내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들은 효능과 안정성 검증 과정에서 도태될 것이며, 진정성 있는 R&D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화장품의 대중화와 더불어 화학기반 제조기술의 집약적 발전을 추구하던 유럽은 50년 전부터 천연으로의 회귀를 시작했으며,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천연, 유기농 인증과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이 앞서 말한 '코스모스인증'입니다.


결국 새로운 무브먼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코스모스 인증 체계의 원료와 성분을 중심으로 제품 제조의 기준을 변경해야 하며 그 기준에 맞는 경쟁력 있는 원료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공장형 대량생산시스템과 소규모 개인브랜드를 위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코스모스 생산시설 인증, 원료구매, 혼합 및 인증방식 등 기존 시설의 재편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함)


DTD(Down Team is Down)이라는 야구용어처럼, 마케팅이라는 흐름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브랜드와 중소규모의 생산기업은 결국 그 한계를 드러내고 도태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DTD(Down Team is Down):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래된 유명한 신조어로, "내려갈 팀은 결국 내려간다"라는 뜻을 가짐



4.png



[셋째, 소비자의 검증 기준이 바뀔 것입니다]


고객들은 이제 전성분표의 앞면이 아닌 뒷면을 볼 것입니다. “천연 성분이네?”를 넘어, “이 원료를 얻기 위해 토양이 오염되지는 않았는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었는가?”라는 윤리적 물음을 던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대부분 원료의 유기농 및 천연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그 제품의 근본이 되는 토양부터 사용되는 물(지하수)까지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까지 추적 검사를 통해 진행됩니다. 이는 비용만 지불하면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화학기반 성분과는 전혀 다른 프로세스이며 비용 또한 기존생산 단가의 십 수배 이상을 지불해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이전까지의 화장품 소비는 브랜드들이 만들어 놓은 마케팅이라는 흐름의 틀 안에서 소비자가 선택의 고민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선택이 폭이 넓어지는 순간 기존의 방식으로 생존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 도래할 것입니다.


십수 년 전 아질산나트륨을 포함한 가공식품에 포함되는 합성화학첨가물의 불안전성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부르짖던 업체들이 이제는 '3무, 5무, 7무 첨가물'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듯이 화장품 또한 소비자가 요구하는 높아지는 검증기준에 맞춰 원료의 오리진(생산자, 생산방식, 공정한 분배, 환경기여 등), 가공 및 유통방식까지 점점 많은 부분을 공개하고 천연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천연으로 대체가 어렵다던 선크림이 이미 천연을 기반으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은 원료로 급격히 전환되는 '#리프 세이프(Reef Safe)' 사례를 보더라도 소비자와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은 과거의 기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원가, 대량생산방식, 사용감 중심의 제조기준과 프로세스를 고수한다면 그 브랜드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시장에서 도태될 것입니다.


5.png 무꿍_코스모스인증(자체개발 원료,제품)_기사



3. 생존 전략 : ‘무엇’에서 ‘어떻게’로의 전환


그렇다면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답은 명확합니다. 화려한 성분 마케팅을 멈추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공급망의 투명화: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의 생산지(Origin)를 명확히 확보하고, 재배부터 가공까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체 불가능한 스토리: 남들이 다 쓰는 원료가 아닌, 우리 브랜드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고유한 원료 스토리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곧 브랜드의 철학이자 경쟁력이 됩니다.


경쟁력 있는 핵심원료 : 앞서 언급한 두 가지 필요성이 함축된 '핵심원료'가 있어야 합니다. SK2의 갈릭토미세스라든지, 위치하젤, 시어버터, 모링가오일, 고로쇠수액 등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서 자신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원료를 확보가 결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최고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6.png '무꿍에 대해서 알려줘'_구글검색결과



4. 무꿍의 준비 : 우리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업계가 로레알의 발표에 술렁일 때, 저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지난 8년간 무꿍이 우직하게 걸어온 길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았기 때문입니다.


무꿍은 다가올 2030년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베이스 (Origin Base): 우리는 이미 화장품의 80%를 차지하는 정제수(죽은 물)를 버리고, 한국의 토양에서 자란 천연 미네랄 고로쇠 수액(살아있는 물)을 베이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 천연 원료로의 전환에 있어 가장 큰 난제인 ‘베이스’를 이미 해결한 셈입니다.


■확보된 공급망 (Secured Supply Chain): 원료 전쟁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고로쇠 수액 협회와의 독점 협약을 통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윤리적 상생 (Ethical Partnership): 자연을 해치지 않는 채취 방식과 생산자와의 공정한 수익 배분은 무꿍이 설립 초기부터 지켜온 철학입니다. 로레알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성’은 무꿍에게 새로운 숙제가 아니라 이미 실천 중인 일상입니다.


■모듈형 맞춤화장품 시스템(Modular customized cosmetics):24가지 분석된 피부타입에 맞춰 사용자 추적데이터를 기반한 기능성 원료의 추천을 통해 고객의 선택의 자유도를 높인 맞춤 시스템


아직 무꿍은 작은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철학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남들이 쉽고 빠른 화학의 길을 갈 때, 조금 느리더라도 본질을 지키며 걸어온 우리의 발걸음이 2030년에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믿고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입니다. 무꿍은 흔들림 없이 우리의 ‘오리진’을 지키며, 다가올 시대의 가장 정직하고 투명한 대안이 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보상의 본질'  과도한 인센티브가 성과를 망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