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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드나인 Nov 20. 2023

발리의 과일

오감을 만족시키는 행복

내 몸에는 여러 개의 타투가 있다. 타투를 하기 시작한 건 22살부터인데, 가장 처음 멋 모르고 했던 타투를 제외하고는 나름대로의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타투를 하고 있다(?ㅋㅋ). 일단 내 첫 번째 원칙은 문구나 글자를 왠만하면 적지 않는 것이다. 나중에 꼭 새기고 싶은 글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왠만하면'이라는 어구를 넣었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문구는 절대 안 새기려고 한다. 사실 타투를 정말 귀걸이 착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딱 그 정도로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문구든 그림이든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다만 내게 뭐랄까 그림보다 텍스트는 너무 직접적으로 그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에 상징성이 부족하고 나의 감정상태나 마인드셋에 따라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예를 들어 no regret이라는 문구를 팔뚝에 새겼다고 하자. 그 문구를 새길 때는 어떤 큰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 '후회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자'라는 문구를 새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는 진리에 가까운 대전제 또는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구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에게 중요한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면 과거에 내가 해당 문구를 새길 때에 비하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찐 간지는 그런 문구는 적지 않아도, 그냥 나의 태도와 살아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쓸데 없는 얘기가 길었는데, 하여튼 나는 타투를 할 때 문구를 적지 않고 '변함없이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의 이미지를 새긴다. 생일 케이크, 조개, 폭죽, 수박, 디즈니 등이 있다. 그 중에 수박을 새길 때 정말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수박의 형태나 크기도 고민거리였지만 어떤 과일을 할지가 최고 고민이었다. 하루에 무조건 과일로 1000칼로리 이상은 무조건 채우는 사람, 과일을 먹으러 외국 여행을 가는 사람, 안 먹어본 과일을 발견하면 그 무엇보다 자존심 상해하는 사람, 제철 과일 몇 달전부터 예약구매해서 매 번 사먹는 사람, 과일 먹으면서 찐 행복한 웃음 짓는 사람,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발리에 갈 때도 온갖 열대과일을 먹을 생각을 하면서 숙소 예약도 하기 전부터 무슨 과일이 있는지부터 검색하기 시작했다. 


발리는 처음 가보는 만큼, 태국이나 필리핀 처럼 당연히 엄청 다양한 종류의 과일이 사방 천지에 깔려 있을 거라는 별천지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데 실제로 발리에서는 과일이 잘 재배가 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갔던 시기에만 유독 그랬던 건지 일반적인 동남아 국가들처럼 과일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았고 당도가 높지 않았다. 특히 망고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란색이 아닌 그린 망고가 대부분이었고 딸기, 블루베리 같은 베리 종류는 대부분 수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민철은 망고를 워낙 좋아하는데 발리는 망고가 막 저렴한 수준도 아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딸기 등은 수입을 하는데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것들이 많아 베리류는 먹어보지 않았다. 유럽이나 다른 동남아 시장에 가면 과일을 수북히 쌓아놓고 쥬스도 팔고, 조각내서도 팔고 하는 걸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발리에서는 은근 대형 프렌차이즈 마트를 가야 그나마 여러 종류의 과일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더운 날씨에서 시원하게 당을 섭취하면서 휴양지 분위기를 만끽할 때 과일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직접 발리에서 여러 번 사서 먹어본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꼭 먹어봐야 할 과일들을 소개한다. 




1) 망고스틴

망고스틴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다. 손을 묻히지 않고 고상하게 깔 수 없다는 게 약간의 단점이지만 그 단점을 커버할만큼 상큼하게 달콤한 그 맛은 일품이다. 망고스틴은 겉 껍질은 두껍고 단단하지만 안에 속살은 뽀샤시하고 부드럽다. 망고처럼 가운데에 큰 씨가 있기 때문에 한입에 넣고 세게 씹어 먹지 않도록 주의하자. 햐얀색 과육 부분은 흡사 마늘이나 귤처럼 조각 조각 나뉘어 있다. 망고스틴은 사과처럼 갈변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까놓고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갈색으로 변하면서 물러진다. 한국에서도 망고스틴을 먹을 수 있는데 (생과의 경우) 진짜 5-6개에 몇만원이라 발리에서 많이 먹는 게 이득이다. 망고스틴을 산다면 그냥 실온에서도 먹어보고 냉장고나 냉동고에도 넣었다가 먹어보자. 샤베트 식감처럼 단단했다가 입에 넣으면 녹는 게 또 다른 별미다. 한국의 아이스홍시랑 비슷하다고 하면 되려나. 


망고스틴을 처음 먹는다면 어떻게 까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수 있는데, 호두를 까듯이 망고스틴을 손바닥 사이에 두고 힘을 주면 반으로 쪼개질 것이다(아보카도 자른 것처럼). 그 후에 과육을 꺼내먹으면 된다. 만약 껍질이 단단해서 잘 안 쪼개지거나 냉동에 넣어서 자르기 힘들다면 과도로 망고스틴 중간을 원으로 둘러 칼집을 내준다. 그 후에 힘을 주면 반으로 똑 나뉜다. 망고스틴을 마트에서 구매할 때는 겉 껍질 색깔이 균일하고 진한 것, 무른 곳이 없는 곳을 골라야 한다. 무른 곳이 있다면 거의 백발백중 바로 안 쪽 과육도 상하거나 물렀을 것이기 때문. 그리고 망고스틴은 껍질이 두껍고 안에 큰 씨도 있어서 실제로 까서 먹으면 양이 매우 적기 떄문에, 마트에서 구매할 때 껍질의 양에 속지 말자.  


2) 파파야

파파야는 멜론이랑 비슷하고 식감은 조금 더 부드러워서 호불호가 딱히 갈리지 않을 과일이다. 국가에 따라서 파파야가 정말 아무런 맛이 안나고 맹한 곳도 있던데 발리의 파파야는 적당히 달아서 아무때나 먹기에 좋았다. 그리고 직접 까먹을 필요 없이 조각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마트에서 팔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 먹었던 과일이다. 칼로리도 152g당 59kcal라고 하니 과일 중에서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해서 마음 편히 먹어도 될 듯하다. 비타민 A, C를 비롯해 항산화제가 있어 항암효과와 심장 질환 예방에도 좋고 피부 노화 방지에도 좋다고 합니다. 변비 및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증상도 개선한다니 한국에서도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 파인애플

나는 미치게 달고 물이 많은 과일을 좋아해서 새콤한 파인애플을 원래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발리의 파인애플은 당도가 높아서 맛있는 편이다. 파인애플도 조각내서 마트에서 소분해서 판매하니까 편하게 사서 먹을 수 있다.


4) 용과(드래곤후르츠)

드래곤후르츠는 크게 달거나 그런 편은 아니지만 밍밍하면 밍밍한대로 계속 손이 가는 과일이다. 칼로리도 굉장히 낮고 따로 씨를 발라낼 필요가 없어서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용과는 속이 붉은색인 것과 흰색인 것 2종류가 있는데 맛은 같다. 갠적으로 붉은색 용과를 먹으면 내 이도 빨개질 거 같은 느낌이라 흰색을 선호한다. 


5) 수박

수박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발리의 수박도 당도가 높고 맛있어서 마트에도 많고 호텔 뷔페나 조식에서도 무조건 등장하는 과일이다. 새로운 과일을 시도하고 싶지 않다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수박을 고르자. 


6) 감귤류

사실 감귤류는 한국에서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보니 해외 여행에서는 많이 안 먹는 편인데, 발리에서 어쩌다 한 번 먹어본 뒤로 완전 반해버렸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기분좋게 단 맛이랄까. 


7) 스네이크후르츠

스네이크후르츠는 살락(SALAK)이라고 불린다. 겉 껍질이 뱀의 비늘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인데 윗 부분 꼭지를 잡고 비틀듯이 돌리면 껍질이 까진다. 과육은 망고스틴이랑 비슷하게 마늘처럼 갈라져 있는데 식감이 재미있다. 한국에서 먹어본 과일이랑 비교하기 쉽지 않은 식감. 굳이 비유하자면 음... 망고에서 물기를 뺸 느낌이랄까, 좀 쫀득쫀득하고 씹는 맛이 있는 과일이다.  


8) 망고

대부분 열대과일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게 망고일탠데 우리가 갔던 3월에는 망고가 제철이 아니라서 대부분 다른 지역 혹은 나라에서 수입해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망고 가격이 전혀 저렴한 편이 아니었다. 그치만 제철일 때 먹으면 망고만큼 동남아를 찐하게 즐길 수 있는 과일이 없으니까 마트에 가면 꼭 담자. 


9) 잭프룻

발리 곳곳에 보면 키카 튼 나무에 잭프룻이 달려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잭프룻 과육이 발라져 있는 것만 먹어봐서 실제로 저렇게 여러개의 과육이 동시에 하나의 과일 안에 들어있는지 몰랐다. 오돌도톨한 껍질 탓에 두리안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노란빛 과육은 쫀득하기도 하고 씹는 식감이 좋다. 


10) 스타후르츠(별과일)

스타후르츠는 잘라놓았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과일이다. 칼로 썰어 놓으면 별 모양이다. 맛은 토마토처럼 아주 몸에 좋은 식감과 맛이다. 목을 축이기에 나쁘지 않고 과일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채소처럼 먹기에 제격이다. 


11) 로즈애플 

로즈애플은 참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사과 같이 아삭아삭한 식감이지만 겉의 색이 투명한 핑크빛이 돌아 장미의 색을 닮았다. 껍질을 굳이 깎지 않고 씻어서 바로 먹으면 되는데 맛이 강하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 발리의 마트에 갔을 때 이 로즈애플도 색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식감이나 맛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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