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여행을 온전히 만끽하기 위해 기록해보기
다가 올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이 사실 제일 설렌다는 말처럼 뭔가 행복한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은 언제나 두근두근하게 만든다. 통제 불가능한 미지의 것들 속에서 조금씩 정보를 알아가면서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가고 채워나간다는 기분은 설명하기 어렵다. 어쩔 땐 결제 후에 난이도가 높은 여행지라는 걸 알아버려서 공부할 양이 늘어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새로운 풍경 속의 나를 상상하고, 앞으로 보고 느끼게 될 것들을 어렴풋이 떠올려보면서 설렘이 더해진다.
일상에서 이렇게 행복과 즐거운 상상으로만 가득찰 시간을 위해 준비하는 일은 흔치 않다. 여행, 생일, 크리스마스 정도? 그렇지만 생일, 크리스마스는 여행에 비하면 사소한 결정들만 하면 의외로 금방 끝나는 기념일들이라 여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보통 일상에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잡고 끊임없이 하루 하루의 일들을 쳐내고 묵묵히 나의 발자취를 쌓아간다면, 여행은 이런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변주다.
최근 여행부터는 더 오래, 더 깊이 여행을 기억하고 기다리고 싶어서 나만의 의식처럼 여행 전 몇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물론 모든 여행이 크고 진지한 의미를 가질 필요야 없지만, 그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사소한 순간들을 더 잘 기억하는 건 나를 일상에 더 잘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이번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 기대되는 일이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발리에는 워낙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많다 보니, 첫 번째 발리 여행에서는 난파선 스쿠버다이빙, 아융강 래프팅, 요가 하기, 서핑 등이 가장 기대됐던 것 같다. 두 번째 발리 여행을 준비할 때는 첫 번째 발리 여행에서 기억에 남았던 소소한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 이를테면, 엄마 아빠가 너무 행복해서 여행 시작부터 미리 아쉬워하는 모습, 마사지 후에 화덕 피자 먹기, 내 예명이랑 똑같은 한식집 '클라우드나인'에서 밥 먹기, 천장이 저만치 높은 요가원에서 바람 맞으며 명상하기 등 말이다. 이런 순간들이 문득문득 일상에서 지치는 시간들을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 같다. 두 번째 발리 여행에서의 작은 순간들이 또 다른 어려운 시간들을 나아가게 작은 힌트와 원 원동력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두 번째 질문은 이번 여행 컨셉, 어울리는 키워드와 함께 이유를 적어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발리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나 진짜 발리로 떠나야겠다'라고 다짐하게 만들었던 바쁜 시간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온전한 휴식', '가족', '채움' 같은 단어들이 떠올랐다. 발리는 내가 어떤 키워드를 정해도 그 키워드에 맞춰 여행할 수 있는 마법같은 장소다. 두 번쨰 여행에서는 내가 첫 번째 여행에서 '워케이션', '액티비티', '짜릿함' 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컨셉을 잡았지만 말이다.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은 여행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여행이 나에게 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과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전 여행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내가 왜 시간과 돈, 체력을 써 가며 이 시간을 해당 여행지에서 보내야 하는지 나 스스로가 납득되면 그때부터 그 여행지에는 엄청난 애착이 생긴다. 나에게 단순히 일상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여행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또 이전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나에게 중요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짜릿함과 액티비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아빠가 처음으로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보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더불어서 다른 여행지랑 다른 해당 여행지(발리)만의 매력을 생각해보는 것도 여행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좋은 질문이다. 확실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다시 뒤를 돌아보면, 내가 얼마나 깊숙히 여행지에 녹아들었었는지가 여행의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하면 그 여행지가 내 마음 속에 얼마나 들어왔는지에 따라 나한테도 그 여행지가 얼마나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