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나에게 주는 가치
난 왜 여행을 좋아할까, 왜 버는 돈 대부분을 여행 하는데 족족 쓸까.
20살때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1년에 최소 2번 이상 해외 여행 가는 게 목표였다.
그리고 10년이 더 넘은 지금, 다른 건 몰라도 그 목표 만큼은 초과 달성을 한 것 같다.
왜 난 여행을 그토록 좋아할까. 이 여행에 맞춰 나의 삶의 가치나 방식도 정립됐다.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일하는 노마드의 삶을 평생 살고 싶다는 삶의 방식.
단순히 휴식, 노는 것의 의미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을 가면 고되고 낯선 장면들이 훨씬
많기도 하다. 호캉스처럼 좋은 호텔에서 먹고 놀고 쉰다는 의미에서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건 아닐 것 같다.
나는 틀에서 벗어나고, 내 편견이 깨지는 그 순간이 짜릿하다.
보통 직업은 한두해가 지나가고 10년, 20년이 지나갈수록 나의 숙련도와 함께 안정감, 익숙함이 커지게 마련이다. 나는 그 익숙함에 안주하는 느낌이 정말이지 싫다. 그래서 직업적으로도 항상 어떤 측면에서는 긴장해야 하는, 나를 항상 깨어 있게 하는 직업을 택해왔다.
여행은 같은 맥락에서 나를 깨어 있게 한다. 내가 일상에서 당연시 했던 것, 당연히 다른 사람도 그렇겠거니 생각했던 것들이 여행에서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깨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기존의 틀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고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여행은 나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공간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낯설게 보기'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일상에서 정신없이 할 일들을 쳐내다 보면, 그 세부적인 사항들을 곱씹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여행에서는 내 생각과 고민의 단위가 훨씬 잘게 쪼개진다. 아침에 요가를 하고, 산책을 하고, 서핑을 하고, 맛있는 과일을 사고, 분위기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고르고. 이 모든 것들을 평소와는 다른 기분과 의미로 행하게 된다.
난 아마 평생 나를 안주하지 못하게 하는 여행에 중독된 채 살아갈 것 같다. 일상을 잘 살아내고, 또 일상도 여행처럼 살기 위해서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나에게 '낯섦'을 충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