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건식 마사지가 짱이야
발리에서 너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자주 받지 못했던 마사지를 정말 하루에 한 번씩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꽤 오래 머물다 보니 나중에는 남편이랑 마사지샵마다 평점도 매기고, 좋았던 곳도 여러 번 재방문할 수 있었다. 발리에 가면 지역마다 정말 여러 마사지샵이 있고 머무는 호텔에 연계된 곳도 있다.
발리에서 받아본 여러 마사지 중에서도 난 역시 사람 손이 직접 닿아 느껴지고 뭉친 혈 자리를 풀어주는 건식 마사지가 가장 좋다. 마사지사의 개인차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마사지이긴 하지만, 그만큼 나랑 잘 맞는 마사지사를 만나면 확실히 피로도 풀리고 적당히 아프다. 못하는 마사지사를 만나면 진짜 이건 주무르는 건지, 문지르는 건지 아무런 느낌이 안 들기도 하고, 어떨 땐 못 참고 소리를 낼 정도로 힘만 세게 줘서 마사지가 끝난 뒤에 더 아픈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적당히 아픈 자리를 주물러 주는 분을 만나면 잠이 들듯말듯 하면서 피로가 풀리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발리에서는 평소보다 몸도 많이 쓰고, 액티비티도 많이 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마사지 일정을 넣어주는 것이 좋더라. 진짜 운동하고 먹고 마사지 받고, 놀고 쉬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리에서 '내가 이렇게까지 대접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의 호화 마사지도 받아봤다. 온갖 향초와 꽃들이 한가득 세팅이 되어 있고 발부터 오이, 토마토 등으로 씻겨 주시고 부위 별로 마사지를 해준 다음에 꽃으로 뒤덮인 욕조에서 몸을 씻고 마무리 하는 코스였는데 정말 황홀하더라. 꽃이 아까워서 다 건져서 가져가고 싶을 만큼 싱싱하고 몸에 바른 과일, 야채들까지 시장에서 각 사왔는지 전부 다 신선해 보였다.
발리에서는 이렇게 나랑 맞는 마사지샵을 발견하고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마사지샵을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에피소드가 많이 쌓인다. 한 마사지샵 같은 경우엔 구글 맵에서 평점이 5점 가까이라, 철석같이 믿고 갔는데 역시... 예약이 꽉 차 있다는 거다. 그래서 다음 날에 어떻게든 가보자 해서 미리 예약하고 갔는데, 들어가니까 그 흔히 주는 웰컴티나 생수도 안 주고 발도 안 씻겨주더라. 구글 평점이 높더라도 이때 쎼함을 느끼고 나갔어야 했는데, 이때만 해도 이 마사지샵이 내 인생을 통틀어 최악의 마사지샵이 될지 몰랐다. 마사지샵에 들어가니까 으슥한 방으로 안내하는데, 얼굴을 대고 정말 눕기 싫게 생긴, 언제 빨았는지 모를 매트가 깔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얼굴을 높은 U자형 목베개 같은 것도 가죽이 너무 뜯어져서, 이 가죽에 얼굴이 긁힐 정도로 아팠다. 마사지를 받는 내내 남편과 나를 해주는 마사지사들끼리 떠드는데, 이 떠드는 소리가 너무 커서 신경을 너무 거스르기도 했다. 한참 떠들더니만 졸린지 손이 등의 어디쯤에 멈춰 서 있기도 하더라. 마사지가 다 끝나고 난 뒤로 남편이랑 저녁 먹는 내내 마사지샵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를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 곳은 들어가니까 전부 탈의를 하고 입으라고 준 게 있었는데 검정색 얇은 부직포 같은? 걸로 된 속옷이었다. 속옷을 입으니까 (착 달라붙는 재질이 아니라서) 마치 헤어 가운을 쓴 것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시원하기도 하면서 안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수치심을 유발했다. 서로 검정색 속옷 입은 걸 보면서 어찌나 깔깔댔는지, 사진으로 남길걸 그랬나 싶다. 두고 두고 웃음 버튼이 되었을텐데. 이 마사지샵은 우리에게 수치심과 동시에 엄청난 황홀함도 주었던 곳이다. 전신을 한 곳 한곳 정성스럽게 혈자리를 누르면서 내가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던 근육들을 풀어주었고, 잠이 들랑말랑 하는 상태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마사지샵은 평소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사는 우리에게 1시간, 2시간 동안 어떻게 보면 꽤 긴 시간 동안 강제로 스마트폰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해주는 곳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어야 하니까 잠이 오면 참 좋은데, 잠이 안 올 땐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딱히 고민이나 당장 생각할 게 없을 때는 감각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내 몸에 근육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마사지사의 손을 따라 하나 하나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도 내가 스마트폰에게서 해방되도록 하는 마사지샵은 백번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