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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lberrina Jun 11. 2023

9. 턴아웃과 뼈

금수저, 은수저도 아닌 뼈를 타고난 턴수저가 부럽다.

턴아웃은 궁극적으로 온몸을 모두 써서 만들어내야 한다. 단순히 다리만 바깥으로 돌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풀업(pull-up)과 긴장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리를 바깥으로 돌리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위인 골반과 넙다리뼈에 대해 면밀히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선, "골반"은 무엇일까? "양쪽 볼기뼈(보라색)와 엉치뼈(초록색)가 둥글게 이어져 대야 모양을 한 것으로서 척주를 두 넙다리뼈에 이어주는 구조"로 정의된다.


위의 그림을 통해 골반의 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쪽에 나비 날개처럼 생긴 볼기뼈가 좌우 대칭적으로 존재하며,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볼기뼈(보라색) = 엉덩이뼈 = 관골 = Hip bone

= 엉덩뼈(=장골=Ileum, 빨간색) 

  + 궁둥뼈(=좌골=Ischium, 주황색) 

  + 두덩뼈(=치골=Pubis, 노란색)


볼기뼈는 본래 태어날 때는 세 부분으로 각각 존재하는 뼈였고, 사이가 연골로 연결되어 있었다. 15세부터 연골이 서서히 뼈로 바뀌면서 융합되기 시작하고 25세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전히 한 덩어리의 뼈로 굳어지게 된다. 이전에 세 덩어리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흔적도 없이 단단한 한 덩어리가 된다.


빠삐용의 양쪽 귀가 마치 골반구조와 비슷해보인다. 척주를 통해 전달되는 무게가 둥근 골반구조를 통해 양쪽으로 분산된다.

양쪽 볼기뼈를 전체적으로 보면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편 것 같기도 하고, 쫑긋 세운 빠삐용 강아지의 귀처럼 보이기도 한다. 양쪽 볼기뼈가 모여서 가운데가 뚫린 둥근 대야 모양을 만들고, 이러한 구조는 직립보행 시 상체의 무게를 하체로 분산시켜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양쪽의 볼기뼈 사이 뒤쪽으로 엉치뼈가 위치하고 엉치뼈 밑에 꼬리뼈가 붙어있다.




앞서 <뼈와 뼈의 연결고리? 관절과 인대!>에서 뼈와 뼈 사이에는 무조건 부드러운 관절면이 존재한다고 했다. 골반을 이루는 뼈들 사이에는 위의 그림과 같은 관절들이 있다. 우선 볼기뼈와 엉치뼈 사이를 잇는 엉치엉덩관절(Sacro-iliac joint)이 있다. 그다음은 양쪽 볼기뼈가 앞쪽에서 맞닿는 두덩결합(Pubic symphysis)으로, 연골이 사이에 붙어있다. 이 관절들은 모두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가 아니다. 높이 점프를 했다가 착지할 때, 혹은 몸이 비틀릴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약간의 유연성을 갖고 움직일 뿐이다. 여성의 경우 출산 시 호르몬에 의해 두 관절이 좀 더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관절면은 모두 "안정성"에 초점을 둔 부위로, 움직임을 위한 윤활작용보다는 고정과 충격흡수의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한다.



즉, 턴아웃을 위해서 "골반을 여세요, 골반부터 열어서"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골반 부위의 복합적인 움직임에 따라 볼기뼈 자체가 아주 약간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변화일 뿐이며,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의 움직임이다. 내 의지대로 근육을 써서 노력한다고 해서 양쪽의 볼기뼈를 마치 턴아웃 하듯이 바깥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이런 가르침은 골반의 전방 경사나 후방 경사를 막고 골반 중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턴아웃을 위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골반 다음으로 턴아웃과 관련 있는 골격구조는 바로 넙다리뼈(대퇴골, Femur)다. 위의 그림과 함께 넙다리뼈의 구조를 살펴보자. 넙다리뼈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뼈이며, 자신의 키의 1/4 정도 길이가 된다. 넙다리뼈는 크게 4가지 부위로 나뉠 수 있는데, 머리와 목, 몸통과 무릎관절면이다. 몸통의 위쪽에 큰돌기(대전자, Greater trochanter)와 작은돌기(소전자, Lesser trochanter)가 튀어나와 있고, 이곳에 수많은 근육이 붙게 된다. 또한 큰돌기는 옆으로 다리를 들어 올릴 때 턴인 상태로 올리면 90도 이상 올라가지 않고 탁 걸리게 하는 원인이다. 턴인 상태로 다리를 옆으로 들면 큰돌기가 볼기뼈에 닿으면서 더 이상 못 움직이게 된다. 턴아웃을 하면 큰돌기가 뒤쪽으로 돌아가서 볼기뼈에 걸리지 않게 되어 다리를 높이 들 수 있게 된다.



절구관절(Ball-Socket joint)은 관절의 머리(ball)가 절구(socket)에 쏙 들어가 있는 형태로,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턴아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고관절"이다. 고관절은 내 의지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절구관절로서, 볼기뼈의 움푹 파인 절구(Acetabulum)와 넙다리뼈(대퇴골, Femur)의 동그란 머리부위가 맞닿은 곳이다. 볼기뼈의 절구는 말 그대로 절구처럼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구조물이고, 여기에 딱 맞는 사이즈의 절구공이가 바로 넙다리뼈의 머리이다. 턴아웃을 하게 되면 이 관절면에서 넙다리뼈 머리가 바깥쪽으로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턴아웃이 잘 되게 타고난 골격 구조는 어떤 것일까?


(1) 볼기뼈의 절구(Acetabulum)가 앞쪽보다는 더 옆쪽, 뒤쪽으로 위치할수록 턴아웃에 유리하다.

(2) 넙다리뼈의 목이 얇고 길수록, 그리고 경사도 각도가 클수록 턴아웃에 유리하다. 왜냐하면 목이 얇고 길수록, 경사도 각도가 클수록 절구에 움푹 처박혀서 매몰되지 않고 운동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넙다리뼈의 목은 노인이 될수록 경사도 각도가 작아지면서 운동범위가 줄어들어 더 뻣뻣해지게 된다.


(3) 넙다리뼈 목의 회선각(Torsion angle)이 작을수록 턴아웃에 유리하다. 아래 사진은 정수리 꼭대기에서 왼쪽 볼기뼈와 넙다리뼈를 내려다본 것이다. 넙다리뼈의 목과 몸통의 가로축이 이루는 각도를 회선각이라고 하는데,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90°-회선각)으로 빨간색 각도가 클수록 회선각은 작은 것이다. 회선각이 작으면 안짱다리가 되고, 크면 자연적으로 팔자걸음이 되면서 턴아웃에 유리하게 된다. 즉, 넙다리뼈를 살짝만 바깥으로 돌려도 무릎과 발이 쉽게 180도 턴아웃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본인의 회전각이 궁금하다면 간단하게 Craig test를 해볼 수 있다. 검색해 보면 설명이 잘 나오므로 지면관계상 여기서는 검사 방법에 대해서 생략하겠다.ㅎㅎ



의료계 저자들은 턴아웃 각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뼈구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뼈구조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만, 대부분 0-8세에 일어나고, 11-12세가 지나면 구조의 변화는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뼈에서 이미 턴아웃의 대부분이 결정되었다고 하니 약간은 허탈하기도 하다. 금수저, 은수저가 아니라 뼈를 타고난 턴수저가 부럽기도 하다. ㅎㅎ

턴아웃과 관련된 해부학 구조를 명확히 알수록, 뼈가 턴아웃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다소 절망적인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180도 턴아웃"이라는 허상을 좇는 것을 막아주고, 부상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로 아름다운 라인을 찾는 전략을 찾게 도와주기도 한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노력하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이미 굳어버린 뼈 자체는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통해 턴아웃을 조금이나마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은 인대와 근육이다. 다음 편에는 계속해서 턴아웃과 관련된 인대와 근육에 대해 살펴보겠다. :)






<참고자료>
Gretchen Ward Warren (1989) Classical Ballet Technique.

Valerie Grieg (1994) Inside Ballet Technique. Princeton Book Company.
Turnout for Dancers : Hip Anatomy and Factors Affecting Turnout. by 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Dance Medicine and Science (www.iadms.org)

Keith L. Moore, Arthur F. Dalley, Anne M. R. Agur. (2013). 무어 임상해부학. 바이오사이언스출판.

Anatomy 3D Atlas app. (Catfish Animation Studio S.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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