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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3. 2019

마음정리 (3)

주인공의 자격.

자. 이제 사족은 그만.


나는 강남에 위치한, 비교적 규모가 큰 어느 영상 업체에서 총괄 관리직을 맡고 있다. 근무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6일간 이뤄진다. 출근은 10시. 퇴근은 18시. 일일 노동 시간이 한시간 적다(일요일 근무는 매우 유동적이며 보통 오후 3시경이면 퇴근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연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십중팔구 칼퇴근이 보장되다 보니 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출퇴근 시간은 넉넉잡아 50분 가량 걸린다. 나쁘진 않다.


퇴근을 하고 나면 바로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운동을 시작하고 나니 운동을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의 몸 컨디션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1시간 가량 땀을 흘리고 나야 집중력이 더 높아지더라. 마음 같아선 날마다 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이 저질 몸뚱아리가 버텨내질 못할 것 같아 주 2회에서 3회 정도만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책상 앞에 앉으면 보통 밤 10시가 된다. 지금부터 새벽 2시까지가 오롯이 나의 시간이다. 간단히 웹서핑을 하고, 이런 저런 영상들을 챙겨보고 하다보면 밤 11시. 결국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그 총 3시간이 나의 순수 작업시간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새벽 2시가 넘으면 그제야 비로소 휴식시간을 가지고 잠을 청한다. 그리고 8시에 기상해서 출근 준비.


남들은 하루 종일 써도 모자라다고 하는데, 특별한 재능도 없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라고는 하루에 단 3시간. 직장을 관둔다면 내 작업 시간은 더 늘어나겠지만, 이런 저런 상황탓에 그럴 수 없는지라 하루에 주어진 3시간을 최대한 모아 모아 모아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나한테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 한다면서, 내가 나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 정도 뿐이다. 그래. 솔직히 뭐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게다가 2018년 지독한 슬럼프를 겪고 아직 그 여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나, 잘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마치 의무처럼 “먹고 살기 위해 사용하는 시간” 을 보내고 난 후, 조막만큼 주어진 “나만의 시간” 속에서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자기한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다고 해도 쉽게 낙담하지는 말자. 꾸준함의 힘을 한번 믿어보자. 꾸준히 걷다보면 정말 거북이처럼 토끼를 제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는가.


대개, 모든 걸 다 갖춘 인물은 절대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자고로 매력적인 주인공이라 함은 결핍이 많은 사람이다. 그 결핍이 성격상의 결함이든, 신체적 결함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결핍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 결핍이 많은 자가 자신의 결핍을 극복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게 바로 '이야기'다. 물론 주인공의 그 노력이 쉽지는 않겠지.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큰 시련이 오겠지. 하지만 우리는 안다. 주인공은 끝까지 포기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렇게 포기하지 않아야,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하루 24시간 중 단 3시간.

난 그 3시간의 힘을 믿는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꾸준함의 힘을 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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