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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정폐쇄 Jan 03. 2019

마음정리 (2)

윤창호와 김용균 그리고 노희찬.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내가 존경하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내 작품 속에는 그 분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많이 남아있다.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었던 사람. 바로 노회찬이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그러니까 2008년에 나는 노회찬을 따라 진보신당에 가입했다. 내가 가입한 첫 정당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많은 집회 현장에 나갔다. 내가 투쟁에 참여하면, 세상은 곧 바뀔 줄 알았다. 너무나도 순진하게도 정말 그렇게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썼던 시나리오들은 전부 하나 같이 좀 정치적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로.


그 후 나이를 점점 먹어가면서 나는 남을 위해 투쟁하기 보다 지금 당장 내가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했다. 일과시간엔 회사일에 쫓겼고 퇴근하고 나서는 없는 시간 쪼개가며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했다. 그렇게 나는 점차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씩 둔감해져 갔다. 정당 생활에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해 2017년  여름에 정의당을 탈당했고, 그렇게 좋아라 챙겨보던 정치뉴스도 더 이상 쳐다보지를 않았다. 그러다 작년 여름. 노회찬의 비보를 듣게 됐다. 그리고 나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도 이렇게 변했는데, 나보다 훨씬 더 긴 인생을 산 노회찬은 변함없이 그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래서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아무리 집회에 참여해도 세상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꼈었는데 작년에 두 명의 청년, 윤창호와 김용균의 이름을 딴 관련 법안이 입법되는 것을 보면서 묘한 전율을 느꼈다.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 여론을 만들어 세상을 바꿀 줄을 아는구나 싶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꼰대질만 일삼는 잘난 아저씨들이 하지 못한 일들을 윤창호와 김용균의 가족과 친구들은 해내고 있었다.


노회찬이 살아 있었다면, 이 멋진 청년들을 보며 얼마나 대견해 했을까. 그리고 한 때 조금 뜨거웠는지 모르지만 어느덧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의 시각과 세상과 직접 부딪혀 세상을 바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시각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지금의 청년들이 나 보다는 조금 더 진화된 존재들이라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절대 가르치려고 들지 말아야지.

말로든, 작품으로든. 무엇으로든.


https://www.youtube.com/watch?v=UgR9tlarR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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