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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은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다

-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by 물구나무

혹시 지금 친구를 사장으로 모시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당신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업이 망해 인생이 바닥을 치던 어느 날, 중학교 동창에게 가기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나는 살아야 했기에 그의 회사에 들어갔다. 소위 ‘낙하산’이었다.

기존 직원의 시선은 차가웠다. 본인의 차보다 훨씬 좋은 차를 사줘서 끌고 다니는것도 싫어했고 친구라고 선물로 나에게 주는 것들도 싫어했다.
겉으론 잘해주는척 하지만, 늘 뒤에선 내 험담이 오갔다.
자신의 실수를 슬쩍 내 탓으로 돌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힘들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친구의 회사가 잘되길 바랐다.
그래서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그 직원의 행패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급기야 그 직원은 친구와 나 사이를 슬그머니 이간질하기 시작했다.
결국 친구는 나보다 그 직원의 말을 더 믿었고, 나를 차갑게 대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친구는 친구가 아니라, ‘그냥 사장’일 뿐이라는걸.

그 직원에게는 한마디 못하면서,

나에겐 모욕적인 말과 고함을 퍼부었다.
그래도 나는 친구라는 믿음 하나로 모든 걸 감당했다.
사장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너 당장 그만둬!”
입버릇 처럼 하는 그말을 들으며 나는 매일 저녁 술로 마음을 달래며 버텼다.
회사가 아니라 나에겐 지옥이었다.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그 친구가 회사를 접게 된다면, 시다바리가 되더라도 그의 옆에 있어야겠다고 그게 나를 수렁에서 꺼내준 은혜니까.

그렇게 9년, 아니 거의 10년을 견뎠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이간질 하던 그 직원의 말만 듣고는 나를 해고했다.
그것도 아무런 통보 없이. 본인의 기분대로..
내가 갈 곳도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나는 한 달치 월급을 위로금처럼 받고 회사를 나왔다.

거래처에서 받는 뇌물? 손도 대지 않았다. 그 어떤 부정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퇴직금조차 제대로 주기 싫었던지 빌리지도 않은 돈을 빌렸다는 차용증에 사인을 하라했고, 결국 퇴사 후에야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퇴직금을 따로 입금했다.

“그럼 고발해!”
입버릇처럼 내뱉던 그 말.

내 어머니가 멀리 살다가 서울로 올라와 살게 됐을 때도, 단 한 번도 찾아뵙기는커녕, 아는 척조차 하지 않았다. 친구라고 하는 놈의 어머니라고 생각을 안했던 것이다.

나의 동생이 암 투병으로 생사를 오갈 때도, 나에게 “힘내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나의 가족은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었다. 본인도 가족은 있을텐데.

퇴사한 후?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

나를 살게 해주고 빚을 갚게 해준 은혜가 있어 그가 아무리 고발하라며 도발해도 나를 시기하던 직원이 열받으면 때려쳐 무시 당하지 말고 그런말을 해도 나는 참았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상처는 지금도 낫지 않았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내가 니 시다바리 아이가”

그리고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부자인 친구의 비서로 일하다 갑질에 못이겨 결국 친구를 떠나는 유준상의 모습도 이해가 된다.
그건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 때문이었다.

영화 전설의 주먹

나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고 거의 1년이 되어가지만 불경기 때문에 난 여전히 백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그 사장의 사업도 언젠가는 무너질 거라는 것.

그리고 그가 언젠가 이 말을 깨닫게 될거라는것.
'자업자득, 인과응보, 사필귀정'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는 친구를 사장으로 모시지 않겠다고.

사장은 갑이고, 나는 언제나 졸일 뿐이니까.

혹시 지금 친구를 사장으로 모시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기 전에 스스로의 길을 찾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혹시 언젠가 이 글을 그 사장이 본다면, 나한테 했던 그 말,
“고발하려면 고발해라”
그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고발은 안 하지만, 당신은 평생 그림자처럼 지켜줄 진정한 친구를 잃었고 나는 겨우 한 사장 하나 잃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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