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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Jan 22. 2023

하찮은 개인기

채소를 다듬는 손

An oil painting of hands cutting off the top dark green part of the leek



여 하나 썰고, 여도 하나 썰고


대파를 다듬는 중이었다. 대파를 어떤 크기로 썰어야 할까 하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영화 "내부자들" 조상무가 대신 대답한다. 


"여 하나 썰고, 여도 하나 썰고"


하하하. 그녀의 개인기다. 비록 티비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들의 개인기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 하나 웃기는데는 충분하다. 그런 그녀의 시답잖은 개인기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개인기는 바로 시부모님 성대모사이다.



"이이~"

나의 간절한 요청에 그녀가 시아버지 성대모사를 시작한다. 목소리뿐 아니라 아버지 특유의 입모양, 안경을  위로 걷어 올리고 물건을 살펴보는 행동까지. 300km도 넘게 떨어진 곳에 있는 아버지가 바로 옆에 있는 듯하다. 


"시↘원찮↗게."

이번엔 시어머니 차례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같이 올라오셨나? 눈을 감고 들으니, 어머니도 바로 내 옆에 있는 것 같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시집온 지 5년이면 시부모님 성대모사를 한다.


80억 인구 중 1~2명 정도 웃길 수 있는 그녀의 하찮은 개인기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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