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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Feb 01. 2021

시사, 오키나와의 수호자


오키나와를 여행하다 보면 집집마다 놓여있는 사자같이 생긴 조형물이 눈에 띈다. 이들이 바로 시사 (シーサー)다. 가정집뿐 아니라 관공서나 식당, 은행, 기념품 가게 등 오키나와 그 어디서든 시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집을 지키는 시사 한 쌍



눈치 빠른 사람은 아마 알아챘겠지만, 시사는 보통 두 마리 쌍으로 놓인다. 왼쪽 시사는 입을 닫고 있고 오른쪽 시사는 입을 벌리고 있다. 여기엔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한 가지 해석은 입을 닫은 것은 암컷으로 좋은 기운이 집에서 못 나가도록 지키고 있고, 입을 벌린 것은 수컷으로 나쁜 기운을 으르렁거리며 쫓아버린다고 한다. 또 다른 해석에서는 수컷이 입을 닫아서 나쁜 기운이 집으로 못 들어오게 막고 암컷이 입을 열어 좋은 기운을 주위와 나눈다고 한다. 어떤 해석이든, 참 고마운 녀석들이다.




시사의 전설

Gana-mui Woods   © naha-contentsdb.jp

옛날 옛적, 오키나와 나하의 마단바시 마을엔 큰 골칫거리가 있었다. 바로 크고 사나운 용이 종종 나타나 온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류큐 왕이 나하를 방문했을 때에도 마침 용이 나타났다. 마을 사람 모두가 겁에 질려서 도망가고 있을 때, 왕이 목에 걸고 있던 시사 조각상을 용에게 들여 보였다. 그러자 시사가 마을 전체를 뒤흔드는 우레와 같은 큰 고성을 내었고, 연이어 하늘에서 큰 바위들이 떨어졌다. 그 바위들은 용 위로 떨어졌도, 바위에 깔린 용은 꼼짝달싹할 수 없이 결국 그 자리에서 죽고 말었다. 그리고 용이 죽은 그 자리에는 나무와 풀이 우거지게 자라서 나하에 있는 가나무이 (Gana-mui) 숲이 되었다고 한다.




시사, 코마이누 그리고 해태


시사는 오키나와에만 있다. 일본 본토에도 코마이누 (こまいぬ)라고 비슷한 것이 있는데, 코마이누는 주로 신사나, 사원 혹은 귀족들의 집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반면 시사는 모든 곳에서 모두 다 지켜준다. 역시 시사가 더 맘에 든다.


시사는 누구든 지켜준다. 세계적인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도.


그리고 시사는 우리의 해태와도 많이 닮았다. 시사와 해태를 알아보다가 '둘 다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다'라는 건조한 공통점말고 더 재밌는 공통점을 찾았다. 경복궁 앞에 두 개의 해태 석상은 관악산으로부터 오는 강한 불의 기운을 억누르기 위해서 세워져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오키나와 토모리 마을에 있는 시사 석상은 근처 야에세 산의 불의 기운을 눌러서 마을을 잦은 화마로부터 구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왼쪽) 경복궁의 해태  (가운데) 오키나와 토모리 (Tomori)의 시사  (오른쪽) 일본 본토의 코마이누     © Wikipedia






시사 입양해오기


시사 전문점을 통해서.

시샤 전문점   © Google Maps

시사를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이 있다. 이미 오키나와의 모든 집에는 시사가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시사를 더 사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태풍 때문인가?).


시사를 구매할 생각이라면 이러한 시사 전문점 방문을 추천한다. 관광지 기념품점보다 더 저렴하고,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그리고 가격도 (몇백 엔에서 몇십만 엔까지) 더 다양한 종류의 시사를 만나볼 수 있다. 여러 군데가 있겠지만, 우리가 구입한 시사 샵은 아래와 같다.




Ufudougama Shisa (うふど ー がま(大当窯)シーサー屋)

>> 주소: 1821-2 Namihira, Yomitan, Nakagami District (중부)



시사를 만들어 보자!

직접 시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시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진흙을 빚고 붙이는 작업으로, 아이들과 같이 하기도 좋다. 우리는 온나손에 있는 도카도카라는 곳에서 체험을 했다. 하지만, 시사 만들기는 마르고 굽고,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실 여행 와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우리는 시사 만들기 체험을 마치고 3개월이 지나서야 받았다).  조금 간단한 체험을 원한다면 무라사키 무라로 가보자. 다양하게 생긴 시사들의 페인팅 체험을 하고 바로 데려올 수 있다 [1].


Murasaki Mura Ryukyu Kingdom Theme Park (体験王国むら咲むら)

>> 주소: 1020-1 Takashiho, Yomitan, Nakagami District (중부)


[2] 무라사키 무라에는 그 외에도 아이들과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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