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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Dec 11. 2020

어쩌다 보니 오키나와에서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키나와에서의 1년간의 신혼생활, 시작.


“오키나와로 공부하러 가려고.”

이태원 어느 루프탑 카페에서 주말 데이트를 하던 중 경희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오키나와?”

“응. 오키나와. 지도교수님이 오키나와로 이직한대.”


이미 서울–대전 장거리 연애 중이었는데, 서울–오키나와라니.


오키나와로 간다는 폭탄 고백을 하기 전 이미 수백 번이나 그녀의 반응을 상상했었다. ‘너무 멀지 않아?’ ‘꼭 가야 되는 거야?’. 1,000km도 넘는 장거리 연애가 힘들 것 같으면, 내가 어떻게든 대전에 남아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할 준비를 한 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너무 좋아!”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얼떨떨한 상태에서 그녀의 대답을 재차 확인한 후, 우린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걸 어떡하지?’

그 고민 끝에 우리는 서울-오키나와 장거리 연애를 하는 대신, 초근거리 연애 –결혼– 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우리는 오키나와에서 신혼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주근접 아닌 해(海)주근접


앞서 이야기했듯, 이렇게 오키나와에서 신혼을 보내게 된 계기는 오이스트 (OIST, 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란 곳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1]. 먼저 오키나와로 건너왔던 나는 오키나와에서 박사과정 마무리 준비를 하며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1] OIST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다루겠다.


기숙사에서 학교 친구들과 살던 나에게 가장 급했던 것은 신혼집을 찾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집을 구할 땐 주위에 대형마트가 있는지, 지하철역이랑 가까운지, 그리고 직장이랑 가까이 있는지 따져보았지만 여기 오키나와에서는 달랐다.


“오키나와 어디서 살까?”

“창을 열면 바다가 보이면 좋겠어.”


직주근접이 아니라 해(海)주근접이라 해야 할까? 학교와 가까운 곳보다는 바다와 가까운 곳을 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옵션들 중에서 학교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바다와는 가까운 작은 어촌 마을에 있는 집으로 결정했다.




바다가 보이는 우리집 테라스 풍경. 3층밖에 안되지만 근방에선 제일 높은 건물이라 온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구한 2 LDK 집[2]한 달에 렌트비가 6만 엔 정도였다. 그중 학교에서 4만 엔까지 지원을 해주었기에 큰 부담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도와준 덕분에 집 계약과정은 전반적으로 순조로웠다 [3]. 설치를 하는데 2주나 걸린다는 인터넷까지 신청을 마친 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물품만을 들고 깔끔하게 정리된 집으로 들어왔다. 세탁기, 냉장고, 침대 등 옵션이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정말 텅 빈 집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가 왔다.



[2] LDK로 흔히 표현되는 집에서 L은 Living Room, D는 Dining Room, K는 Kitchen이다. 즉, 2 LDK는 방 2개에 거실과 주방이 있는 집이다.

[3] 다만 예상했던 부동산 수수료뿐 아니라, 청소비, 보증금, 주차장 이용료 등 예상치 못했던 지출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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