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실패하기'를 읽고 ㅡ 5분 글쓰기의 시작
2025년 3월 16일 가까스로 오전 11시
어제 유독 즐거웠던 일은?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온 새벽. 토요일에 어디서 어떻게 놀면 좋을지를 오빠랑 한참을 고민했다.
주말마다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춥거나 날씨가 안 좋은 지도 꽤 됐다.
토토가 들어있는 내 배는 나날이 불러오고 그 새벽에는 자궁의 배가 정말 갈비뼈 바로 밑까지, 아니 어쩌면 갈비뼈 안으로 밀며 부른 게 느껴졌다.
똑바로 누우면 중력의 영향으로 내 배와 허리가 짓눌리는 게 더 심해졌고,
아기가 발질을 하면 음식물이 차 있던 위가 울렁하며 소화액을 위로 역류시켰다.
그 강한 느낌에 나는 더 초조해졌나 보다.
아! 나는 더 빨리 놀아야 해! 더 많이 좋은 곳을 오빠랑 다녀야 해!! 우리 둘만이 보내는 좋은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래서 가장 효율적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맸던 거였다.
1. 구례
원래는 구례 산수유마을 축제를 가는 거였다. 내가 2주 전부터 오빠를 졸라왔다. 5년 전 엄마와 같이 간 구례 광양은 동화마을처럼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그걸 오빠랑 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살펴본 구례 산수유 개화율은 10퍼센트도 안된 거 같고
금요일 저녁에도 실시간 cctv에서도 산수유는 많이 피지 않았더랬다.
게다가 저녁부터 추워지며 눈, 비가 온다니... 대전에서 2시간 반이 걸리는 구례는 그래서 포기했다.
2. 창원
왜 갑자기 창원이냐 하면 그 밤 12시에 또간집편에 창원이 나왔기 때문이다.
오빠가 거기에 나온 닭도리탕과 곱창구이집에 반해버렸다. 자칭 맛잘알 래삐왈, 자기는 영상으로만 봐도 맛집 구별을 할 수 있다는데
그 집들은 찐이랬다. 그러더니 갑자기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고 우리집에서 마산 창원까지 가는 ktx가 있다는 것도 찾아보고 알려주는 거였다.
나는 문득 3, 4년 전에 저장해놓은 갈 곳 리스트에 있던 창원 호텔이 생각났다.
조식이 훌륭한 가성비 그 호텔!
오빠에게도 보여주니 흡족한가 보다. 아예 거기서 자고 구경하고 오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빠가 선택지를 준다. 마이산 vs 먹으러 가는 창원 당일치기
뭐? 당일치기? 안돼 나 힘들어. 먹으러만 가는 것은 더더욱 싫어. 포기!
3. 진안
진안 마이산은 가자고 한 지 꽤 되었다. 나는 엄마 아빠 동생과 이미 한 차례 다녀온 곳이라 큰 감흥은 없었지만
나는 솔로를 같이 보며 오빠가 배경으로 나온 마이산에 꽂혔다.
나도 마이산 예쁜 줄은 알고 있기에(카톡 배경사진으로 계속 걸려 있는 중)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고 아직 겨울 끝나가는 시점이라 나무의 잎이 없어 풍경이 기대보다 별로일듯 해 맘이 내키질 않았다.
그래서 잠정적으로 포기!
4. 공주
그래서 내가 고른 게 공주. 안 가본 지역 가보고는 싶었지만
날씨와 우리 체력과 이미 두시를 넘어간 새벽 시점에서 이건 절대 일찍 출발하지 못한다는 그 강렬한 예측으로
네이버지도를 켜 대전 근교 지도를 돌려보았다.
거기서 보인 내가 저장해놨던 공주의 한 어죽집. 그것도 인터넷을 보다 진짜 맛집이라길래 한번쯤 가봐야지 했던 곳이었다.
그리고 어죽이란 텍스트를 보니 갑자기 엄청 먹고 싶어졌다.
요새 나는 한번 꽂힌 먹을거리가 있으면 먹어야 안 서럽다.
(저번에 먹고싶던 호떡이 웨이팅이 한시간 반이라 먹기를 포기하고 서러워서 운 전적이 있음.)
오빠에게 가자 했더니 그러자 해서 난 속으로 여기로 가야겠다 완전히 맘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토요일 늦은 오전이 된 것이다.
날씨가 안 좋아 공주로 갔다. 가서 내가 먹고 싶었던 어죽을 맛있게 먹었다.
하고 싶었던 거는 해야 한다.
그리고 뭘 했지...? 4월 6일이 되는 지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 기록을 했던 마음 상태만 기억난다.
오빠에게 고마웠다. 나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게 해주고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 안될 것 같은데..? 하는 걸 가능하게 해준다.
고맙고맙다~
(가끔 내 뜻대로 안 풀릴 때 짜증도 내고 떼도 쓰지만)
그래도 늘 고맙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