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오빠에게 고백하기
일요일 새벽 네 시 이십 분경.
저녁 먹고 바로 잠든 우리는 12시에 깨어났다.
한참을 각자 놀다가(나는 쇼핑하다가) 네이버멤버십플러스 혜택으로 넷플릭스 이용권을 받았다.
보고 싶던 영화 목록에서 어른 김장하를 찾고 안방 티비로 틀어보았다.
내가 보니 오빠도 핸드폰을 하다가 슬몃슬몃 보았나 보다.
의견이 한데 모였다. 저런 분이 성인이라고.
엄청난 연출도 없고, 행적을 크게 치하하는 것도 없었지만 그분이 멋있었다. 살아오신 길이 유쾌하고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였다.
좋은 사람도 많이 길러내셨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나쁜 사람도 많이 겪으셨겠다 싶었다.
오빠가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더니 남성당한약방이 기념관처럼 바뀌었다고 한다.
진주를 가보잔다. ㅎㅎㅎ 이런 곳을 찾아가 보자고 말할 사람이 아닌데. ㅎㅎ
오빠도 나처럼 감명 깊게 봤구나 싶어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다큐멘터리가 다 끝나니 네시가 넘었고, 우린 이제 진짜 자기로 했다.
눈 감고 누운 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좋아."
오빠는 즉답한다.
"나도."
"나도 뭐."
"좋아."
알면서 또 묻는다.
"뭐가 좋아!"
오빠가 그런다.
"불닭볶음면."
"아잇!!"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기분 좋게 웃고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오후 일곱 시가 넘어 저녁 먹을 시간.
오빠는 불닭볶음면을 끓였고, 우리는 맛있게도 같이 나눠 먹었다.
아주 소소하고 확실하게 행복했다.
떠올리면 다시 기분 좋아지는 그런 기억. 그게 또 하나 생겼다.
임신 기간 중 불편한 신체적 증상도 생기고 괜히 억울한 마음도 생기고 울적해지기도 하지만
이런 행복을 만들 수 있어 힘이 또 난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이런 게 불편해요오 했더니 나보고 그만하면 임신 체질이라고 하셨다.
이만하면 체질 맞나 보다.
감사할 수 있어 행복하고, 행복할 수 있어 감사하다.
우리에게 찾아와 준 토토와 내 곁에 있는 남편과 우리의 가족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이 상황에 감사하다.
잊을 수도 있으니까 이 마음을 이렇게 남겨본다.
힘들면 까먹을 거니까.
좋을 때 남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