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좀 더 단순해진 엄마

'엄마'로의 이동

by 머리곰

삼십 중반이 된 나.

내 인생을 돌이켜보건대 가장 큰 변화는 아기를 낳아 내가 엄마가 된 사건이다.

우발적으로 촉발된 사건. 그게 일차적으로는 내 몸과 마음을 바꿔놨고,

이차적으로는 내 주변 환경을 바꾸었으며,

부차적으로 내 과거와 미래를 바꾸어놓았다.


여자 중 한 명으로서 말해보면

여자는 엄마인 여자와 엄마가 아닌 여자,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아직 일 년도 안 된 아기를 키우는 엄마이지만 단연코 저렇게 말할 수 있다.


엄마이기 전 수많은 고민과 번뇌로 새벽에도 잠 못 이루던 내가

이젠 집중해야 할 것에만 관심을 두고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남 생각과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 같다.

엄마가 된 이후로 오히려 나는 '나'에게 더 집중할 수가 있다.

신기하다.

타인(아기)을 키우는 것 뿐인데

나(자신)를 또 키우게 되다니.


물론 엄마가 된다는 게 다 좋다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일을 했다는 것도 아니다.

좋은 면도 훌륭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이건 마치 우주대폭발 처럼 '혁명'적인 사건이란 것이다.


원 가족 안에서 겪은 갈등들도 있었고, 학창시절 새 학기 친구를 사귀기 위해 나름 고군분투 했던 것도 있었고, 내 예상보다 수능을 못 봤던 것, 취업시험에 세 번이나 합격하지 못했던 일, 남자친구와의 싸움도 있었지만

그 외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아픔과 힘듦과 시련이 있었지만


그 모든 게 대수롭지 않은 과거가 되었다.


언제 또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지금의 힘듦도 분명 크게 있지만.

그리고 앞으로는 더 큰 힘듦이 생길 것도 알지만.

현재 나의 과거는 모두 아스라이 지나가 낙엽처럼 내려앉아 버렸다.


이제 또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다.

나의 역사는 또 다시 쓰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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