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서 사람으로 진화 중
토토가 태어난 지 205일째 되는 어젯날.
여전히 독박육아를 하며 새벽부터 일어나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던 날이었다.
겨울이 다가와 해가 길어진 요즈음,
오후 네 시만 되면 주방 쪽 작은 창문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주황 햇살이 기일게 들어온다.
그 빛은 거실 창가쪽 벽까지 닿는다.
그럼 주방 창문만한 작은 햇살의 사각형이 만들어지는데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가 크게 지곤 했다.
엎드려 놀던 아기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 모양새를 가만히 보고 있는 듯했다.
착각인가 싶어 옛날에 자주 하던 그림자놀이를 시작해보았다.
한 손으로 개 얼굴을 만들고 다른 손으로 귀를 만들어 붙이는 거 모두가 아는 그 개 그림자.
그걸로 손을 흔들며 짖어보았다.
멍! 멍멍멍!!! 왈왈왈ㄹ와라랄!!!
그러자 아기가 끼야아악악악 웃기 시작했다..
아기는 그 놀이에 진심으로 빠져들었다.
몇 분을 내내 웃다가 뒤를 돌아 나를 보고, 또 내 손을 보았다.
내가 한번 더 멍멍멍!!!! 하자
끼야악악끄끄 하며 다시 앞의 그림자를 보고 좋아한다.
뭐 이쯤이야 고양이들도 좋아하는 놀이니 침팬지는 더 잘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또 달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기가 잠에 들기 전 칭얼거리고 있었다.
순간 나도 지치는 마음에 휴우 한숨을 내쉬고는 내가 먼저 울기로 했다.
으어어어어어엉! 눈을 마주치며 한번 더 으흐흡 으흑 으으으!!
그렇게 몇 마디를 더 울었을 때였을까.
아기가 입을 삐죽이고 눈꼬리를 아래로 내리며 흥 흥 흥 울기 시작했다.
그러다 정말이지 서럽게도 흐아앙 으앙 울었다.
그게 놀랍고 귀여우면서도 너무 미안해져 아기를 달래주고는
눈을 마주치고 엄청 많이 웃어주었다.
이건 침팬지도 못하는 일이다.
사람이 웃는 걸 보고 따라 웃을 순 있어도
따라 울지는 못할 것이다.
아기가 드디어 진화한 것이다.
인류로 탄생하는 순간.
엄마의 감정에 동화되어 우는지 자기 보호자가 우니 불안해져서 우는지 알 순 없지만
참으로 기특한 행동이었다.
이유식을 시작하며 몸무게도 부쩍 늘어 이제 8.5키로가 넘는 아기지만
팔로 안아들어 느끼는 무게로 감을 잡아 아기가 자라고 있는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어엿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몸만 커지는 게 아니라 뇌와 마음도 같이 커지고 있었구나.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과 자라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게 이리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던가.
처음 겪어보는 힘듦과 지침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흐뭇한 자부심으로 이렇게 일기를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