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최근 교보문고에 갔는데 필사 서적을 따로 빼놓고 진열해놓아 굉장히 놀랐다. ‘필사가 붐이구나’를 확실하게 느끼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올해 1~4월 출간된 필사 관련 서적은 163권으로 지난해 동일한 기간 대비 3.8배 증가했다. 단순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를 필사했던 것에서 소설, 해외서 등 필사 서적의 폭도 넓어졌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짧은 글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한 필사 노트, 에세이형 필사집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 중”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필사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또한 이와 함께 문구류의 관심도 늘어났다. 노트나 펜 등 필사를 하기 위한 도구들의 구매율도 상승한 것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필사에 매력에 빠진 것일까?
1. 짧은 시간 투자
필사 서적은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10분만 투자해도 쓸 수 있는 감성적이면서도 힘을 주는 문구가 한쪽에 쓰여져 있으면 그걸 반대쪽에 필사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아침에 짧게 머리를 비우기 위해서 라든가 집에 퇴근하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취미
필사는 펜과 노트만 있어도 완성된다. 심지어 따라 쓰는 필사 서적을 따로 구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이미 갖고 있는 책을 필사해도 충분하다. 새로운 도구나 재료를 살 필요도 없고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3. 과정에 집중할 수 있는 ‘머무는 취미’
필사는 결과를 내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 목적 없이, 그저 손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글자를 옮겨 적는 단순한 반복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며 자연스레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서 필사는 ‘멈춤’을 배우는 연습이 되기도 한다. 복잡한 미디어 세상 속에서 잔잔함을 찾기 위해 ‘필사’를 선택한 것이다.
바쁜 삶 속에서 잠시라도 멈춰 자신을 돌아볼 틈을 찾는 사람들에게,
필사는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한 쉼이 되어준다.
하루 10분, 손끝으로 문장을 따라 쓰는 그 시간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