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에 생기가 한 겹 짙어진다
비가 내릴 때면 그제야 모든 것이 지면에 엉덩이를 철썩 붙이고서 제대로 앉아 있는 듯하다. 비 맞은 건물, 나무, 빗길 위를 굴러다니는 차들. 습기를 가득 먹은 무언가에게선 제 무게가 느껴진다.
바람결도 묵직하다. 사람들은 묵직한 바람결을 타고 날리는 빗방울을 피하려 우산 속으로 몸을 웅크린다. 평소보다 보폭은 좁게 속도는 빠르게 걷는다. 빗길 위를 천천히 달리는 차들의 바퀴도 뱅글뱅글 돌아가며 물기를 털어내느라 바쁘다. 길 고양이들은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긴 채 연신 털을 고르고, 식물들은 제 몸에 닿은 물을 빨아먹거나 바닥으로 털어내기에 바쁘다.
비가 내리고, 이렇게 모든 것에 물기가 닿으면 비로소 생기가 도는 것 같다. 이런 풍경 속에서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곳저곳을 관찰한다. 두 귀를 무방비하게 열어두고 빗소리와 비가 만들어낸 소리를 듣는다. 우산 밖으로 손을 뻗어 빗방울을 만진다. 바닥의 작은 물웅덩이에 조심스레 발을 대고 철퍽거려 본다. 그러고 있자면 내게도 곧 생기가 돈다. 그래서 난 비가 좋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61일 차 _ 비가 내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