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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May 17. 2021

로또 사는 사람들의 심리

일확천금의 꿈만은 아니었음을

29년을 살면서 아빠 심부름을 제외하고 직접 로또를 사본    .   번도 나와는 그리 가깝지 않은 누군가가 로또 1등에 당첨되어 아파트를 샀다는 소식을 건너 듣게  후다.  이후 별안간 ‘혹시, 나도?’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로 인해 복권 판매점에 발걸음  것이다. 결과는 .. 내가    만에 일확천금을 손에 넣었다면  글을  일도 없었겠지.


난 오랜 시간 아니 살아온 거의 모든 날에 로또와 같이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을 불신해왔다. 철저히 ‘운’을 거는 것뿐인데 불신할 것 까지야 있겠느냐만, 주기적으로 로또를 사서 당첨 번호와 본인의 로또 종이를 연신 번갈아보며 몇몇 숫자 위에 동그라미를 치다가 “에라이, 에이씨”하고 헛웃음 치며 종이를 구기는 아빠를 보면서, QR 코드로 단 1초면 당첨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우리 아빤 아직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한다. 어쩔 땐 한 손에 볼펜을 꽉 쥔 것이 무안할 정도로 동그라미를 단 한 개도 치지 못하는 아빠를 보면서, 올리브영이나 소품샵에서 창고정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랜덤박스를 사 언박싱을 하다가 “뭐야, 쓰잘데기 없는 것만 들어있네. 돈 아까워!” 하고 인상을 쓰는 친구를 보면서 성공 확률 낮은 게임엔 절대 시선을 두지 않았다.


일본 여행에서 낮이고 밤이고 늘 화려한 불빛이 이는 파친코 앞을 지나면서도 마카오 여행에서 호텔 1층에 있는 카지노를 통로로 이용하면서도 ‘한번 해볼까?’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투자한 돈 이상의 수익을 거둬서 애써 미소를 감추며 기뻐하는 사람은 본 적도 없고, 대게 요란하게 생긴 기계를 앞에 두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될 때까지 해보자’하는 듯한 무서운 기운을 풍기는 사람들뿐이었기에.



“내가 만약 당첨이 안 되면, 내 5000원을 누군가가 가져가는 거잖아? 그건 좀 억울한데? 난 그냥 그 5000원으로 스벅 가서 자몽허니블랙티 마실래.”


마찬가지로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로또에 만원씩 투자하는 연인에게 난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런 내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에이~ 그렇게 생각하면 로또를 사면 안 되는 거지.”



월요일 출근길에 로또를 사서 평일 내내 ‘만약 내가 1등에 당첨된다면?’을 떠올리며 행복 회로를 굴리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오후 8시까지, 그들은 어떤 것을 소망하며 6일을 보낼까? 로마 시대 때 최초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1947년에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성황 하는 복권 시장을 보면, 그간 로또와 함께한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이젠 나도 로또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알 것 같다. 흔히 로또 하면 ‘일확천금’을 떠올리지만 반대로 우리가 로또를 떠올리는 순간은 현재 삶의 답답한 부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순간이었다.

나 역시 ‘부자가 될 거야!’ 하는 것보단 지금 생활의 어느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은 순간에 나도 모르게 로또를 떠올린다. 난 아직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사는데, 서울에 있는 회사까지 편도 1시간 30분에 달하는 거리에 지쳐 ‘이제는 진짜 독립해야겠다’ 싶어서 직방으로 서울 원룸 가격을 알아봤을 때, 엄청 큰 항아리에 고사리손으로 모래를 한 줌 두 줌 넣는 듯 잔잔히 모아 온 내 소박한 결혼 자금을 보면서 ‘도대체 이래서 언제 결혼할 수 있을까’ 막막할 때, 엄마 아빠한테 주기적으로 100만 원씩 용돈을 드리고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등 ‘나도 이젠 돈으로 효도하고 싶다’ 생각들 때가 그렇다. 그럴 때면 ‘역시 답은 로또뿐인 건가’하고 로또가 머릿속을 휙 스친다.


하지만 여전히 로또에 기대 심리가 낮고 성미 급한 나는 토요일 저녁이 아니면 로또를 사지 않는다. 만약 당첨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확천금의 소식이 난 더 기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요일이 되면 자꾸 까먹어 버리는 탓에 아직 두 번 밖에 사지 못했다.


아, 이번 주 토요일엔 잊지 말고 꼭 로또 사야지. 독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앞당겨보자. 뭐, 혹시 모르니까.



+ 네이버에 ‘일확천금’이라 검색하니 이런 게 보였다. 너무도 건조하고 송곳 같은 답변에 괜히 내가 씁쓸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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