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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ug 02. 2021

‘남다르다’는 다정한 말

‘유별나다’가 아닌 ‘남다르다’

간혹  문장을 읽거나 들은 누군가에게서 “.” 하고 외마디 감탄이 들려올 .  몸은 미세하게 마음은 격하게 그에게 기운다. 내가 뱉은 이야기에 미묘한 표정을 지은  기어코 나를 특정 단어로 정의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 느껴주었다는 것에 몽글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 문장에 외마디 감탄을 내뱉었던 그는, 내가 꺼내는 이런저런 얘기를 지긋하게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선영님은 감성이 남다르네요.” ‘남다르다’.. 남다르다 보단 유별나다는 말을 주로 들어온 나로선 어색하기만 한 말이었다.


사전에 두 단어를 검색했다. 남다르다 : 보통의 사람과 유난히 다르다 / 유별나다 : 보통의 것과 아주 다르다. 두 단어의 뜻 모두 긍정의 느낌, 부정의 느낌 그 어디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단어인데, 왜 유별나다는 말은 실제로 들었을 땐 부정받은 느낌인 걸까? 남다르다는 말은 사람들 사이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상태에서 몸의 일부가 살짝 튀어 오른 느낌이라면, 유별나다는 말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어딘지 모를 곳을 부유하는 느낌이다.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인간에겐 보다 필수적인 정서라고 하는데, 난 그 소속감 속에서 조금 튕겨져 오를 때 내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낀다. ‘유별나다’가 아닌 ‘남다르다’는 다정한 말로 내게 생기를 불어넣은 그에게 오래도록 고마움을 느낀다.




아래는 그때 내가 낭독했던 글


‘사랑’을 주제로 한 포토 라이팅 클래스였고, 각자 사랑과 관련된 사진을 들고 이야기를 나눈 후 사랑의 단상에 대해 기록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쓰면서,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떠올렸던 적은 없다. 아니, 정확히는, 떠올렸더라도 내가 쉽게 담을 수 없는 주제라고 황급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만 해왔는데, 사실 내가 써온 모든 글에는 ‘사랑’이 담겨있었다. 내 곁에 늘 있어 주는 것, 내가 늘 곁에 두고 있는 것. 가족에 대해, 연인과의 일화에 대해, 일에 대해 기록하는 모든 순간에 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 때는 불편하고, 싫고, 밉더라도 내 곁에 있길 바라는 것들. 내겐 이미 그런 존재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 2021년 7월 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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