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엔 어떤 말이 들어갈까?
이전에 모 잡지사에서 운영하는 에세이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글 선생님이었던 작가님은 내가 과제로 낸 단 두 편의 글을 보고 “선영님은 작은따옴표가 많은 사람 같아요.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생각이 되게 많고 속으로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내가 낸 글에 큰따옴표로 표시되어야 맞는 문장들도 모조리 작은따옴표로 잘못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아, 그냥 실수예요, 지금 봤어요..;” 하고 얼버부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에게 간파당했다. 쉽게 나서지 않고, 속생각이 많은 것, 한 마디로 ‘소심’한 내 성향을 들켜버린 것이 창피했다.
그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런 실수는 글 탈고할 때 충분히 발견하고 고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걸 작가님이 말해줘서 알게 된 거면, 내가 그냥 작은따옴표가 익숙해서 그랬던 걸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 가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가님이 그날 ‘작은따옴표’를 말씀하셨던 게 집 가면서도 자꾸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전 진짜 그런 사람 같아요.” 기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또 생각을 하던 때, ‘속생각 많은 게, 부끄러울 일이 아니고, 그가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해 준 것’이라는 생각으로 생각을 정리했었다.
그는 내 말을 듣곤, “역시, 그때도 작은따옴표가 가득했네요.”라며 웃었다. 글에는 글쓴이의 성향과 취향이 자연스레 담긴다고 한다. 때문에 누군가의 글 몇 편만 읽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깊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지금 내 일상 속 작은따옴표들을 글로 꺼내어 큰따옴표로 만들고 있다. 이전엔 혼자만 생각하던 것이 이제는 글이 되어 누군가에게도 가닿는다. 아마 내 글을 주기적으로 읽어주는 이들이 어쩌면 내 친구들보다 나를 더 잘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나 역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그와 내적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으니까.
작은따옴표들을 밖으로 꺼내면, 꺼낸 만큼의 틈이 머릿속에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틈이 생길 틈도 없이 계속 차오른다. 작은따옴표를 꺼내어 큰따옴표로 만들고, 또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의 큰따옴표가 된 작은따옴표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엔 만들어지지 않던 작은따옴표들을 얻어온다. 이 과정이 즐겁다.
‘작은따옴표가 많은 사람’
나도 몰랐던 내 기질을 간파해준 그에게 요즘 들어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39일 차 _ 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