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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pr 08. 2021

나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내 문장엔 어떤 말이 들어갈까?

이전에 모 잡지사에서 운영하는 에세이 수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글 선생님이었던 작가님은 내가 과제로 낸 단 두 편의 글을 보고 “선영님은 작은따옴표가 많은 사람 같아요. 말을 많이 하진 않지만 생각이 되게 많고 속으로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내가 낸 글에 큰따옴표로 표시되어야 맞는 문장들도 모조리 작은따옴표로 잘못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아, 그냥 실수예요, 지금 봤어요..;” 하고 얼버부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그에게 간파당했다. 쉽게 나서지 않고, 속생각이 많은 것, 한 마디로 ‘소심’한 내 성향을 들켜버린 것이 창피했다.


그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런 실수는 글 탈고할 때 충분히 발견하고 고칠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걸 작가님이 말해줘서 알게 된 거면, 내가 그냥 작은따옴표가 익숙해서 그랬던 걸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 가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작가님이 그날 ‘작은따옴표’를 말씀하셨던 게 집 가면서도 자꾸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전 진짜 그런 사람 같아요.” 기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또 생각을 하던 때, ‘속생각 많은 게, 부끄러울 일이 아니고, 그가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해 준 것’이라는 생각으로 생각을 정리했었다.


그는  말을 듣곤, “역시, 그때도 작은따옴표가 가득했네요.”라며 웃었다. 글에는 글쓴이의 성향과 취향이 자연스레 담긴다고 한다. 때문에 누군가의   편만 읽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깊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지금  일상  작은따옴표들을 글로 꺼내어 큰따옴표로 만들고 있다. 이전엔 혼자만 생각하던 것이 이제는 글이 되어 누군가에게도 가닿는다. 아마  글을 주기적으로 읽어주는 이들이 어쩌면  친구들보다 나를     같다는 생각도 한다.  역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그와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으니까.


작은따옴표들을 밖으로 꺼내면, 꺼낸 만큼의 틈이 머릿속에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틈이 생길 틈도 없이 계속 차오른다. 작은따옴표를 꺼내어 큰따옴표로 만들고, 또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의 큰따옴표가 된 작은따옴표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엔 만들어지지 않던 작은따옴표들을 얻어온다. 이 과정이 즐겁다.


‘작은따옴표가 많은 사람’


나도 몰랐던 내 기질을 간파해준 그에게 요즘 들어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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