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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Mar 08. 2021

매기지 못한 값

사장님, 추억은 얼마예요?


연인과 손을 붙잡고 오래된 호수공원을 걸었다. 카페, 고깃집, 술집 등이 호수공원을 감싸고 길게 늘어져 있다.


언제나처럼 어딘가에서 퍼지는 고기 굽는 냄새와 고기 기름에 김치를 볶는 냄새에 콧구멍을 벌렁이며 걷다가, 오래된 포차에 눈이 꽂혔다. 반 평 남짓 좁은 공간,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직접 그려 넣은 듯한 메뉴판. 습관처럼 꼴깍 침을 삼키며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안주 목록과 가격을 눈으로 쓸어내렸다.


김치 두루치기 15,000
김치전 10,000
통골뱅이탕 16,000
오돌뼈 14,000
닭똥집 13,000
    .
    .
추억
 


노포답게 저렴하고 맛있는 신토불이 안주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추억’이라 적혀 있었다. ‘추억’이라는 안주 옆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았다.


저 노포의 사장님은, 우리가 늘 추억을 곁에 두고, 또 만들어가며 산다는 걸 손님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었던 걸까? 추억을 안주 삼아 술을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도록.


'그런데 사장님, 추억에 값을 매긴다면 얼마일까요?'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8일 차 _ 매기지 못한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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