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은 식당 #1. 하도작은식당
일주일간 제주를 여행했다. 하도리라는 마을에서 묵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틈만 나면 지도 앱을 켜 숙소 근처의 음식점과 갈만한 곳을 찾아봤다. ‘하도작은식당’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고, 후기 하나하나 음식에 대한 평이 너무나 좋았다. 무엇보다 예약제라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예약해둔 시간 10분 전에 가게로 갔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었다. 주방과 식사 공간 사이의 작은 마당엔 고양이 부부가 있었다. 임신한 듯 배가 볼록 나온 갈색 고양이는 바람이 들지 않는 양지바른 곳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하얀 유니폼을 차려입은 사장님의 안내를 따라 자리로 들어갔다. 테이블은 거실 창가의 바 테이블 1개와 개별 룸 2개가 전부였다. 한옥 안채 정도의 크기에 테이블 3개뿐인 곳이라 공간이 널찍하고 테이블별로 독립성도 유지되는 곳. 게다가 이런 공간에서, 산지 식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만원 중반대면 맛볼 수 있다.
문어가 한주먹 들어간 칠리 오일 파스타, 수비드로 조리한 흑돼지 스테이크, 바게트에 바질페스토를 바르고 튀기듯 볶은 가지, 호박, 건포도와 구운 새우를 올려 먹는 새우 카포나타, 디저트로 크렘카라멜을 주문했다. 예상대로 모두 맛있었다. ‘먹는 행복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다.
+ 손 씻는 곳에는 티슈 대신 손수건을 하나하나 정갈하게 접어 소쿠리에 켜켜이 쌓아 놓았다. 티슈 대신 수건을 걸어 놓거나, 티슈 앞에 ‘한 장이면 충분해요’라는 문구를 써놓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주인장이 번거롭더라도 매일 손수건을 세탁해 접어두었을 걸 생각하니 그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 서비스를 고민하며 지녔을 어떤 책임감과 뚝심이 느껴졌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38일 차 _ 제주 식재료와 만난 이탈리안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