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은 식당 #2. 화순평양면옥
화순리, 숙소 바로 앞에 있던 평양냉면집. 간판에 적힌 ‘냉면’이라는 두 글자에 이번 여행의 동행인, 면식 김 선생은 마음이 홀려버렸는데···. 아침마다 눈곱도 안 뗀 채 ‘평양냉면집 열었나?’하고 마당으로 나가 건너편 가게를 살폈다.
그렇게 기웃거리기를 세 번째 날에서야 맛볼 수 있었다. 아마 평일에만 영업하는 듯했다.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난 난 혼자 동네 마실을 나갔다. 마침 평양냉면 집 앞이 북적였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이를 쑤시며 수다에 한창이었다. 해사한 햇살이 그들을 비쳤다. 마침 가게를 들어가는 어느 부부가 할아버지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여긴 진짜다. 여기가 정말 로컬 맛집이다’ 싶었다.
우리가 긴 식사를 하는 내내,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들은 역시 대부분 동네 주민들이었다. 방금 들어온 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는 어느 가족과 익숙하다는 듯 일상을 나누고, 어느 아저씨는 사장님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들어와 앉았다. 50대 남자 사장님 혼자서 모든 걸 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그의 얼굴엔 친절함이 내내 배어있었다. 가게 문, 가게 안 벽 곳곳에 사장님의 딸 혹은 손자가 그린 듯한 그림이 붙어있었다.
평양냉면과 수육을 주문했다. 국물은 육향은 약하고, 슴슴하다기보단 살짝 간장 맛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고, 일반 평양냉면의 면과 달리, 이곳에선 면에 메밀을 조금 넣었는지 면발이 탱탱하게 살아있었다. 메밀면과 쫄면의 중간 정도였다. 반찬으로 나온 절인 무와 들기름에 무친 묵은지도 달달 새콤 개운한 맛의 조화가 딱 적당했다.
수육은 파김치와 함께 나왔다. 고기가 탱탱하고 부드럽고 고소했다. 냄새에 예민한 나는 제주도에서 돔베, 흑돼지 수육을 먹을 때마다 약간의 누린내? 같은 것이 느껴졌었는데, 여긴 그럴 것 없이 고소하기만 했다. 수육에 파김치를 올려 한 입, 입에서 수육이 없어지기 전에 평양냉면을 한 젓가락, 국물 한 모금하니 온 몸이 개운해졌다. 우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맛있어! 너무 행복하다” 라 연신 말하며 젓가락을 바쁘게 휘둘렀다.
제발 여긴 외지인에게 유명해져서 가게를 확장하거나 프랜차이즈화 될 일은 없으면 좋겠다는, 철저히 손님 입장의 몹쓸 바람(?) 같은 것이 들었는데, 평일에만 장사를 하는 뚝심과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음식을 찾아주는 이들에 대한 친절과 고마움이 몸에 밴 사장님을 보곤 안심했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40일 차 _ 제주도에서 인생 평양냉면을 만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