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드는 주말 아침의 일기
새벽 3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낮에 바람을 조금 맞았다고 또 감기가 든 것인지 몸이 부르르 떨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윙윙- 삐—— 하는 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침대가 낡은 기계 위에서 뱅글뱅글 도는 것 같았다. 이명의 원인이 편두통일 수 있다고 한 의사의 말이 맞나 보다. 편두통이 심해질수록 이명도 더 심해졌다. 통증에 뒤척이다가 잠에 들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정오를 막 앞에 둔 시간이었다.
블라인드 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내 얼굴에 하얀 줄을 그었다. ‘오늘 날씨 엄청 좋은가 보네.’ 한 줄기 햇빛 만으로도 오늘의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몸이 조금 개운했다. 오랜만에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 잠이 내 편두통과 이명을 가지고 퇴근했나 보다.
요즘은 아침마다 입맛이 없다. 그래도 뭔갈 조금이라도 입에 밀어 넣어야 저녁 과식을 막을 수 있다. ‘당근주스나 마실까? 아냐 액체는 밥이 될 수 없어. 샐러드라도 먹자.’ 세수만 하고 츄리닝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밖으로 나갔다. 외출 시 늘 에어팟을 끼고 다닌다. 자동차 클락션 소리,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와 누군가의 큰 목소리, 어느 가게에서 틀어놓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합쳐져 귀에 들어오면 귓속이 찌릿찌릿 아파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명엔 이어폰, 귀마개가 치명적이라는 말을 듣고선 종종 의식적으로 귀를 열어놓곤 한다. 가끔 생활 소음을 듣고 싶을 때도 있다. 오늘 같이 햇살 드는 날, 그것도 주말 아침이 그렇다.
모자로 덮인 이마에 살짝 땀이 났다. 집 앞 전시장 건물에선 개 짖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마침 펫 페어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름 같이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강아지들은 신이 났다. 조그맣고 털이 풍성한 강아지가 발을 옮길 때마다 몸털이 금빛을 내며 날렸다. 바람기 없는 더운 낮이었지만, 신이 난 강아지들에게선 미세한 바람결이 느껴졌다.
전시장 건물 앞엔 늘 직사광선이 내리쬔다.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이 길을 지날 때면 왠지 도시의 소음이 조금은 차분한 듯 느껴진다. 뜨거운 햇살이 일렁이는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주말을 맞아 왠지 마음만은 가벼워 보이는 사람들의 사뿐한 발소리, 드라이브를 떠나는 차들이 시원하게 달리는 소리, 어린아이와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사근사근한 말소리가 합쳐져 내 귓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눈에 흡음 효과가 있어 눈이 내리는 날엔 세상이 조금 차분해지듯, 햇살에도 흡음 효과가 있는 걸까? 아니면 밝은 햇살이 내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는 것뿐일까?
햇살 가득한 주말 아침, 햇살에 섞인 차분한 군중 소리를 느끼며 샐러드 한 팩과 김밥 한 줄을 손에 들고 집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42일 차 _ 햇살에도 흡음 효과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