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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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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pr 12. 2021

엄마의 평생 숙제

삼 남매 밥 챙기기

우리 엄마에겐 매일 같이 미션이 있다면 우리 두 남매의 밥을 챙기는 것. 나와 동생은 이젠 혼자서 밥 차려먹는 일은 거뜬히 해내지만, 허구한 날 배가 아픈 둘째 딸, 밥 먹는 게 귀찮아 매일 대충 때우듯 밥을 먹는 막내아들을 둔 엄마는 우리의 식사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나 보다. 그런데 엄마는 주부가 아니다. 매일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기도 전에 우리에게 카톡으로, 전화로 묻는다.


“밥은?” 


퇴근해서 집에 와서도 다음날 우리의 식사를 챙긴다.

“생선 좀 구워놓을게. 내일 꼭 챙겨 먹어.” “내일은 미역국 좀 끓여놓을까?”


“엄마, 엄마 시간도 없는데 뭘 자꾸 만들어. 우리가 알아서 밥 잘해 먹어. 걱정하지 마.”


그래도 엄마는 기어코 새벽에 일어나 음식들을 만들어 두고 출근한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주방으로 가면 식탁에, 냉장고 안에 엄마의 음식들이 있다. 엄마의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따뜻하게 데우고,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낸다.


“엄마, 잘 먹을게~”




엄마 밥을 가장 잘 먹고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엄마의 첫째 딸, 나의 언니다. 평일 아침, 화장대 앞에서 요란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언니 입으로 엄마는 주먹밥을 쏙 밀어 넣었다. 계란밥을 만들어 화장대 앞에 놓아주고, 냉장고 속 재료로 빠르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3년 전,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엄마는 언니에게 밥을 자주 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2주에 한번 언니 부부가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는데, 그럴 때면 엄마는 삼 일 전부터 분주하다. 메인 요리와 반찬을 미리 구상하고, 시장에 간다. 고기를 잘 먹지 않는 아빠는, 가족 식사 때면 늘 회를 떠 온다. 언젠가 또 엄마가 한 요리, 아빠가 떠온 회로 상을 차려 언니 부부를 초대한 날, 언니는 아빠가 준비한 제철 회가 너무 맛있었는지, 거의 회에만 젓가락질을 했다. 엄마의 눈은 언니의 젓가락 끝에 가 있었다. 언니가 자꾸만 회를 집어 먹자, 엄마 얼굴은 티가 안 나게 살짝 시무룩해졌다. ‘난 나중에 꼭 엄마 요리에 제일 먼저 젓가락을 대야지.’ 하고 생각했다.


“엄마~ 아까 언니가 회만 먹어서 서운했지?”


“음··· 응. 어떻게 알았어? 맛있는 거 많이 먹이고 싶었는데 좀 아쉽네. 오늘 한 게 맛이 없었나?”


“아냐~ 언니 맥주 먹느냐고 그랬지 뭐. 그리고 언니가 아까 집에 오기 전부터 배부르다고 그랬었어.”




얼마 전에 엄마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아구찜, 닭갈비, 잡채, 미나리전을 구상했다. 한 끼 식사에 메인 요리만 네 개였다. 나도 일어나자마자 주방으로 갔다. 역시 엄마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언니가 오기로 한 시간은 여섯 시 반인데, 엄마는 열두 시 반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난 엄마 옆에서 콩나물 머리를 떼고, 엄마가 일러준 크기와 모양대로 야채를 썰었다. 엄마는 지난번에 아구찜에 콩나물 머리를 떼지 않고 넣었더니 콩나물 머리가 다 떨어져 모양새가 안 예뻤다며 진지한 얼굴로 콩나물 머리를 떼었다.


언니 부부는 상차림을 보고 놀랐다. 무슨 요리를 이렇게 많이 했냐며. 언니는 평소보다 엄마의 요리들을 많이 먹었고, 형부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열심히 젓가락질을 했다. 다른 가족들도 돌아가며 한 마디씩 했다.


“어우~ 여보게~ 아구찜 진짜 잘 됐네.”


“음~ 엄마 아구찜 진짜 맛있어. 나 벌써 이만큼 먹었어.”


언니 부부가 돌아가고 나서 엄마와 아빠는 ‘사위가 너무 잘 먹어서 보기 좋다. 가리는 것도 없고 예쁘게 잘 먹어서 너무 기분 좋다’는 말을 돌림노래처럼 했다. 집에 도착한 언니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오늘 너무 잘 먹었어!’ 하루 종일 서서 음식을 한 엄마는 저린 다리를 주무르면서도,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43일 차 _ 엄마의 평생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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