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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pr 19. 2021

내 브런치가 부끄러워졌다. 아니, 내 글이.

100일 글쓰기 50일 차

매일 글을 쓴 지 오늘로 50일 차.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도 막 50% 를 달성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50% 달성 소회가 어떻냐면···.

나는 지금, 흔들리고 있다.


30일 정도 전의 나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글 쓰는 시간보다 글을 쓰기 싫어하는 시간을 훨씬 많이 보낸다. 처음 열흘 정도는 매일 글의 온점을 찍는 것 만으로 성취를 느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눈에 띄는 제목을 짓는 법도 체득하게 됐고, 덕분에 이제는 글 두 개를 올리면 그중 하나는 다음 메인, 카카오톡 #탭 메인에 뜨기도 한다. 아주 간혹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 선정되기도 하고, 한 글에 하루에만 조회수가 10000이 넘은 적도 몇 번 있다. 처음엔 메인에 오른 내 글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할 정도로 정말 좋았다. 뿌듯했다. 덕분에 구독자도 살짝 늘었다.


그런데 이젠 그 성취조차 사라져 간다. 카카오, 다음 채널 메인에 뜨는 것도, 조회수가 높은 것도 내 글이 많은 혹자의 마음을 건드릴만큼 좋은 글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눈에 띄는 제목’ 일뿐 이어서 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회수가 8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9000을 돌파했습니다!


라며 조회수가 1000 단위씩 높아질 때마다 뜨는 브런치 알림에도 이젠 별다른 기쁨을 느끼진 못한다.


문제는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감정적 변화, 글태기 비슷한 것을 겪어도 어떻게든 하루에 한 개씩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것. 글로 쓰고 싶은 소재가 없어도 부스러기 같은 옛날의 기억, 내 주변에 있는 물건과 관련된 사건을 기어코 끄집어내어 별 것 아닌 것에 의미 부여를 한다. 별 것 아니었던 일이 마치 별 거였다는 듯 내 마음을 부풀린다. 그렇게 부풀린 마음으로 쓴 글이 어느 누구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을까, 특정 타겟을 두고 발행하는 마케팅 콘텐츠가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해도, 쓰는 이조차 이 글을 왜 쓰는지 모르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글을 누가 좋아할까, 하고 낙담한다.


‘글을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내가 그새 자란 건가?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건가?’ 하고 자기 위로를 하기도 하지만, 막상 글을 다시 읽어보면 이걸 ‘완성’이라 생각하고 발행한 내가 스스로에게 또 부끄러워진다. 오늘 역시 어떻게든 글은 써야 하는데, 쓰고 싶은 소재가 없고, 아니, 정확히는 쓰고 싶은 소재가 있어도 제대로 완성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겪는 부끄러운 감정을 그대로 써 내려가기로 한 거다. 넋두리뿐인 글이라, 언젠가 이 글은 휴지통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학은 이쯤 하고,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주를 위해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인다.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 날은 마음을 부풀리는 대신 간단하게 써보기로. 마음을 부풀리는 이유도 어떻게든 ‘좋은 말, 멋있는 문장’을 쓰고 싶어서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적어도 멋있는 문장에 욕심낼 단계는 아니구나 싶다. 그래서 600자 쓰기, 1000자 쓰기 등 글자 수를 정해 써본다거나, 간단하게 사진 일기도 써보며 힘을 아껴뒀다가, 정말 내 통찰을 담은 에세이 다운 에세이를 쓰고 싶을 때 모아놨던 힘을 온전히 투자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쌓은 글이 부끄럽더라도, 매거진으로 묶어보려 한다. 큰 주제 없이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쓴 글들이지만, 어쨌든 ‘나’라는 한 사람이 쓴 글이니 멀리서 보면 주제나 분위기가 분명 있긴 하겠구나 싶다. ‘이 글들을 하나로 포용할만한, 나를 담을만한 제목을 정해야겠다’ 마음먹은 지는 사실 꽤 되었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계속 잔잔히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 틱’ 하고 머릿속 전구에 불이 켜지겠지? 조급할 것 없다고 또 스스로를 다독인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50일 차 _ 내 브런치가 부끄러워졌다. 아니, 내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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