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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pr 17. 2021

MBTI. 레이블링 게임의 선한 영향력

너 T야? 그래서 그랬구나

언제부턴가 mbti 성격 검사와 같은 성격, 성향 테스트가 유행하면서, 많고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16개의 그룹, 8개의 그룹 등으로 나뉘었다. 나 역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늘 성향 테스트가 화두에 올랐다.


너 mbti 뭐야?

아냐 내가 맞춰볼래. 음 i는 확실하고.. n? 잠깐만, n과 s의 차이가 뭐였지?


mbti나 애니어그램처럼 성격과 성향을 알려주는 테스트부터, 내가 꽃이라면 어떤 꽃일까? 그림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동물은? 같은 초간단 심리테스트 까지.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 사그라든 것 같지만, 난 이런 테스트들이 아직 재밌다. 내 성향을 알아가는 것뿐 아니라, 정확히는 이 게임 같은 심리 검사가 유행하게 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생긴 묘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재밌다.




내가 속한 그룹에 나도 모르게 애착을 갖게 되면서 내 성향을 더 깊이 파보고 생각하게 된다. 같은 유형에 있다고 해도 사실 모두 다른 사람인데, 거울을 보는 듯 나와 닮은 이들과 친밀감을 느끼며 모종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심리를 레이블링 게임이라 한다고 한다. ‘자기 정체성을 특정 유형으로 딱지(레이블) 붙인 뒤 해당 유형이 갖는 라이프스타일을 좇아가는 것.’ 이런 경향을 이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게 브랜드 사이에선 유행이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레이블링 게임을 거듭할수록 나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정체성이 짙어지는 것은 물론, 나완 다른 그룹에 속하는 ‘나와 다른 기질’의 사람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는 것. 비교 대상이 있고, 그 대상이 나와 다르다면 내 기질은 좀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자기 정체성을 찾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엔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깔려있는 거였다.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 떠오르는 일을 하는 나는, 무슨 일이건 계획을 세워서 순서대로 해결하는 사람을 보곤 ‘난 절대 저렇게 못 살아. 너무 계획적인 사람은 조금은 딱딱해 보인달까?’ 하고 생각했다면(반대로 계획적인 사람은 날 게으르다고 생각할 것 같다.), 이제는 ‘아, 내가 이렇게 태어난 것처럼, 저 사람도 그런 성향으로 태어난 것뿐이구나. 신기하네.’ 하고 바로 인정하게 되었다. 레이블링 게임은 적어도 내게 만큼은 편협한 시선을 거두어 주었다.


난 이런 사람이고, 넌 그런 사람일 뿐. 우리 둘다 좋은 사람이야.


얼마 전에도 친구들과 성향 테스트로 카톡에 불이 나듯 대화를 했다. 테스트 명은 ‘애니어그램’이었고, 난 4번 유형(개인주의자. 예술가), 다른 친구들은 각각 8번 유형(도전하는 사람. 지도자), 7번 유형(열정적인 사람. 만능가)였다. 개인적으로 나를 너무 꿰뚫는 결과 내용에 흠칫 놀라 기분이 나쁘기까지 할 정도로 지금껏 해본 성향 테스트 중에, 내게 가장 맞는 테스트였다. 결과지가 꽤 긴 줄글로 이루어져 있었음에도, 우리는 서로의 결과지를 읽어가며 밑줄을 긋고, 공유하며 신기해했다.


“맞아, 그때 ~~ 했잖아.”


“아 맞다! 그래서 그랬구나. 진짜 웃기네 ㅋㅋㅋ”


“앗, 내가 그랬었어? 이해해 줘서 고마워 친구들아···.!”


만난 지 10년 만에야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었달까?



이전엔 나완 달라서 불편했던 것이, 이젠 ‘아 이 사람은 이런 유형의 사람이겠구나. 이 사람과 내가 함께하면 서로 이런저런 걸 보완할 수 있겠네.’ 하고 긍정적인 화합을 기대하기도, 단점으로 비치는 그의 어느 면도 내가 겸허히 포용하고자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나는 이 레이블링 게임을 통해 자기 정체성 찾기가 거듭될수록 타인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간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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