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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pr 20. 2021

2AM, 책 읽는 시간

매일 쓰기 위해서 매일 읽기로 했다

매일 글을 쓰고, 가끔 책을 읽는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론, 종이책으로 출간된 글보단 브런치 작가의 에세이, 인스타에서 팔로우하는 작가의 만화를 훨씬 많이 본다. 글이라면 pc 속 디지털 활자보단 종이에 적힌 활자를 더 잘 흡수하고 좋아하는 나지만, 종이책을 손에 들 여유가 없을 때도 조그만 핸드폰만 있다면 언제든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무척 감사한 일이다. 종이책을 읽고는 싶고, 그렇다고 한 이야기를 쭉 이어 읽을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을 땐 종이 잡지를 손에 든다.


AROUND. 76

같은 이유로 얼마 전부터 AROUND <집의 기록들> 편을 보고 있다. 타인의 집 이야기를 통해 집의 단상을 떠올리게 하는 인터뷰들이 수록되어 있다. 난 여러 작가의 집과 집 이야기를 보며, 머릿속으론 내가 꿈꾸는 집을 떠올렸다. 그러다 어떤 인터뷰에선, 온통 집 생각뿐이었던 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털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쉬운 천국>을 출간한 여행 작가 유지혜의 인터뷰였다. 그에겐 집이 작업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터뷰에 집 이야기는 물론 작품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는데, 그는 글을 쓰기 전, 글을 잘 쓰기 위한 루틴으로 책을 읽는다고 한다. 글을 읽다 보면 집중이 생기고, 얼른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도 생긴다고. 그 지문을 보며 난 생각했다.


난 언제 책을 읽지?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다. 간혹 낮 시간 책상에 각을 잡고 앉아 읽기도 하지만 대부분 새벽 시간에 이불과 스탠드 불빛과 함께다.


잠자리에 들기  생각한다. ‘오늘  했지? 오늘도 쓰고, 먹었구나. , 오늘은 친구들도 만났지.  많이   같긴 한데..       같지? 이대로 자긴 아쉬운데?’ 그럼 나는 네모난  가운데에 서서 눈을 굴린다. ‘오늘은 너다.’ 책상 , 작업 테이블 , 책장, 침대 옆에 쌓여 있는  중에서  권을 골라 안고 극세사 이불로  들어간다.


책은 잠들지 못하는 밤 유일한 내 친구가 되어주기도, 시끄러운 머릿속을 다독이는 잔잔한 오르골 소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날, 하루를 산 끝에 남겨진 성취가 없다고 느껴지는 날에 내게 작은 만족과 성취를 주는 존재다.


책을 안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 두 눈으로 활자들을 훑어간다. 그러다가 “와” 하고 감탄을 내뱉으며 이불을 들치고 벌떡 일어나기도, 문장을 훑는 눈이 눈물로 뒤덮이기도, 마음속으로 ‘오, 이런 방법도 있구나’하고 생각하며 손에 펜을 든다. 나를 건드린 문장들에 스윽-슥 밑줄을 긋는다. 내가 밑줄을 그을 때 사용하는 건 무인양품에서 산 ‘지워지는 볼펜’. 밑줄이 반듯하지 않고 꿀렁꿀렁하게 그어져 활자를 가렸을 때 혹은 ‘음, 이건 밑줄 그을 정도는 아니다. 밑에 이 문장이 더 좋네.’ 하고 마음이 바뀌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책과 함께 보낸 숱한 밤을 떠올리며 ‘나는 지금, 잘 쓰기 위해선 자주 읽어야 하거늘, 왜 도통 읽지를 않는 거지?’ 하고 고민했다. 고민할 시간에 읽으면 될 것을. 


그래서 그동안 내가 밑줄 그은 문장을 글로 공유하기로 했다. 적어도 주에 1회씩은. 우선은 나를 위한 기록이다. 지금까지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찾아보며 이전에 밑줄을 그을 때 내가 얻은 것, 내가 했던 생각을 다시 꺼내보며 밑줄 그은 문장을 확실히 흡수하기 위해서. 또 밑줄을 긋고, 브런치에 공유하기 위해서는 종이책을 꾸준히 읽어야 하니까.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새로운 책을 사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엉덩이를 의자에 내려 앉히고, 내가 아직 끝을 보지 못한 책을 세어봤다. 대충 여섯 권이다. 오늘 밤엔 이 여섯 친구 중에 한 친구와 침대 위를 알콩달콩 뒹굴어야겠다.




|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51일 차 _ 2AM, 책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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