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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영 Apr 22. 2021

없던 입맛도 돋우는 ‘식욕’ 에세이

손기은 |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지난겨울, 책 발전소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평소 관심 있던 출판사 ‘드렁큰 에디터’에서 새롭게 출간한 책이었다. 인간의 기본 욕구를 다루는 시리즈 에세이로, 물욕, 출세욕, 음주욕, 공간욕에 이어 5번째로 발행된 이 책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에선 ‘식욕’을 다루었다.


책날개를 펼쳐 저자 소개를 봤다. ‘11년간 음식과 술을 담당한 피처 에디터의 먹고 마시는 생활에 대한 이야기? 재밌는데?’ 이어서 플립북 보듯 빠르게 속 내용을 훑어보곤 곧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먹는 이야기에 흥미 없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 나 역시 음식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가 먹고 마신 이야기를 보며 ‘그래 맞아, 나도 그 맛 알지. 그럴 때가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여가며 공감했다가, 에디터로서 일에 대한 그녀의 독기와 열정이 가득한 일 이야기를 보며 ‘에디터라면 이래야 하는구나’ 하고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잘 먹고, 잘 쓰기 위해 2년간 주말마다 ‘르 꼬르동 블루 아카데미’를 다녔다는 부분에서.


그는  책에서 음식을 통해 일과 사랑, 가족, 그리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식 관련한 숱한 경험이 있고, 먹고 마시는 일에 일가견 있는  답게 특유의 상황 묘사력,  표현력으로 이야기를 맛깔나게 차려냈다. 어느 단락에서는 위스키가 엄청나게 땡겼다가, 어느 단락에선 마치 내가 미쉐린 레스토랑의 정신없는 주방 안에서 달큰한 기름 냄새, 고소한  냄새와 함께 버무려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어느 부분에선  입안에 사케와 오일 파스타가 마구 섞여 뒹구는 듯했다.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일지라도, 저자 특유의 비유법 덕분에 단번에 이해되었다. 특히 음식의 특성에 빗댄 비유법이 참 신선하고 재밌었다. 그런 비유와 표현이 보일 때마다 나는 신나게 밑줄을 그었다. 한 주제로 잔잔하지만 힘 있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주제에 어울리는 재밌는 표현법까지, 내가 현재 발행 중인 매거진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8년째 동거 중> 콘텐츠를 구상하는 일에도 많은 부분 참고가 되었다.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와 함께한 며칠 밤 동안, 난 매일 같이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붙잡고 단침을 삼켰다. 다음날 식단을 미리 구상하며 맛있는 기대를 안고 잠들었다. 유익하고, 맛깔스러운 에세이였다.




밑줄 그은 문장



“태어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고양이를 엄마라고 믿는 병아리가 된 것마냥 나는 자연스럽게 맥캘란에 빠져들었다.”


“- 지금도 그런 순간이 탄산처럼 여기저기서 터진다.”


“식습관 조절을 물론이고 PT까지 열심히 받은 친구는 ‘그럼 말짱 도루묵’ 이라며, 알이 꽉 찬 도루묵처럼 입술을 두툼하게 내밀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술 한 잔의 즐거움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 작은 창문 하나뿐인 원룸인데도 나는 운동장을 얻은 것처럼 마음이 마구 날뛰었다.”



-손기은 .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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