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후에 오는 것들

by 물망초발심

무기력과 피곤이 지배하는 저질 체력

주구장창 먹고 마신 덕에 새로이 합류한 몸무게

그리고.. 폭발하는 구매욕


새해 계획은 해를 넘길수록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 애당초 생각을 말자 했다.


긴 연휴가 끝나고

현관에 걸어둔 리스, 집 안 곳곳에 놓인 크리스마스,

그 설렘의 흔적들은 새해를 맞는 순간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마치 12시가 땡 지난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멀뚱히 앉아 디너 테이블 위에 놓인 잔망스러운 크리스마스 장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난해, 스노우 글러브 안에 허허 웃던 산타의 코가 어디로 갔는지 깨져있던 것을 발견하고…

이건 뭐 찾아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13년이면 제 역할을 다 했다 싶어 작별을 했건만 유난히 그 빈자리가 눈에 띈다.


창가에 세워둔 트리에 어쩌자고 나는 저 많은 오너먼트를 달아놨을까.

감기로 끙끙 앓다 올해, 도저히 트리는 못 세우겠다 했는데

내가 약기운에 잠든 사이, 남편은 딸내미 성화에 못 이겨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

처치곤란한 온갖 장신구들을 어쩌지 못해 차일피일 미뤄놓으니 결국 내 몫이 되어버린 일감.

골골대는 어미는 안중에도 없는지 콧노래로 캐럴을 흥얼대던 딸은 연신 …

-엄마, 여기가 좋아요? 이건 어때요? 이쁘죠? 저걸로 달까요?

그래도 요 며칠, 반짝이는 트리와 쌓아놓은 선물 꾸러미를 보며 연말 기분 내었으니 고생한 나, 칭찬해-



1월의 시작은 크리스마스 쇼핑과 함께-


예전처럼 득템은 없지만 제값에 사기엔 아쉬운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을 구입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이즈음 되면 사실 그다지 실용적이거나 예쁜 것들은 찾기 어렵지만 보다 보면 또 손에 뭔가 들려있는 일이 다반사


70% 세일이라기에 하늘빛 도는 캔디케인과 별 오너먼트를 담고,

촌스럽지 않은 포장지와 종이백, 예쁜 문구가 적힌 카드도 카트에 밀어 넣었다.

사슴 두 마리가 다정하게 바라보는 스노우 글러브도 새로 장만하고,

삼나무 우거진 욕실 발매트도 하나,

내 이니셜이 적힌 미니 스타킹도 딱 하나 남았기에 집어 들었다.

화장품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우리 집, 중학생 사춘기 소녀가 화장품 세계에 입문했으니 핑크 발랄한 것들도 두어 개 담는다.


잘 샀네, 잘 샀어!

쓰잘 때기 없는 게 하~나 없네.

반품방지위원회에서 나온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작은 행복을 유발한다.


눈 쌓인 길, 캄캄한 밤 그리고 유난히 반짝이는 1월의 크리스마스 트리…

우리집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우리만의 크리스마스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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