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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Jul 24. 2022

[독후감] 헌법의 발견


헌법과의 인연이 적지는 않았다. 대학 시절 노량진에서 유명하다는 헌법 강사의  의를 들었고,   전에도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권위 있다는 교수님과 헌법연구관  강의를 들어본 적도 있다. 국가의 근간이면서 지향점인 헌법은 다른 법률보다 훨씬  깊고 창의로운 해석의 여지가 있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재미가 느껴 지는 분야다. 현재의 우리 헌법이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만 지켜진다면 대한민국은 그래도 비교적 살만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라  희망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런데 박흥순의 ‘헌법의 발견 헌법에 대한 이런 낭만적인 기대감과는 달리   묵직한 책이다. 표지의 말랑말랑한 일러스트를 보면서 헌법의 현재적 해석을   입문서 내지는 교양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펼쳐보니 저자 서문에서부터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인용된다.  책은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인문학적 통찰을 위해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튜어트 , 칸트, 미셀 푸코까지 소환한다. 인용되  고전 사상가들의 무게감만큼 책장을 넘기는 속도 역시 더디다.


교양으로서의 헌법과 법률을 읽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법을 지켜야 한다 준법정신을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저자 역시  같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헌법의 이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헌법이 규정한 원칙과 작금의 현실 비교를 통한 실천적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법은 소수 전문가의 독점물일  없고, 그렇게 방치되어서도 안된다. 모든 법규범  기준인 헌법이라면  말할 나위 없다. 헌법이 사회계약 원리를 담고 있는 이상, 주권을 가진 계약 당사자로서  개인이 누구보다도 계약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저자 서문 )


헌법의 발견 우리 헌법의 중요한 조문을  부분으로 나눠  인문학적 기원과 의미를 탐색한다.  챕터의 키워드는 민주, 자유, 평등, 인권으로 정리할  있겠 . 1 <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을 밝히다>에서는 민주공화국의 유래와 주권, 기본 권에 대해 서술하며 평화와 통일의 원칙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살펴봤다.


이 가운데 헌법 7조 1항인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수 년전부터 불고 있는 공무원 희망 열풍을 어 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성찰을 준다. 각종 공무원 생활을 겪어본 개인적 경험 에 비추어 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일꾼이 되어야 할 각급 공무원들이 과연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되새기면서 읽어보면 좋을 대 목이다.


 “공무원들은 당연히 공무원이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조항에 대해  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수직 계열화된 직급 체계 아래서 자리 유지와승진의 목줄을  상급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고위 공무원이라면 정권의 비위를 얼마나  맞추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현실에서 국민에 대한 책임이 정권에 대한 책임과 상급자에 대한 책임으로 바뀐  이미 오래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1 대한민국의 기본정신을 밝히다 )


자유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자유이며 어디서부터 방종인가? 자유란 무엇으로부 터의 자유를 말하는 것인가?  간단해 보이는 질문에 대한 복잡한 대답이 2장에 담겨있다.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마셜 맥루한 등을 통해 신체, 사생활, 양심, 언론출판, 경제작 자유까지 폭넓게 분석했다.


미셀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명백한 범죄행위  아니라 지배세력의 관점에서 ‘정상이라고 규정된 것을 벗어난 행위나 상태가 ‘비정상으로 규정되어 여기에  체적 제한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저자는 프랑스 인권선언 4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무엇이든 행할  있는 권리다 들어 신체의 자유  광의로 해석했다.


3장에서는 켈젠의 ‘순수법학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등으로  등의 원칙을, 4장은 벤담의 ‘도덕적 입법의 원리 서설’, 칸트의 ‘ 이론의 형이상 학적 원리등을 읽으며 인권과 행복 추구의 의미를 서술했다.


헌법의 발견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헌법과의 인연이 적지 않음을 보여 주는 저작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사회에서, 뉴스를 통해 부당한 대우를 종종 직접 겪거나 목격할  있다. 그럴   일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생각해  필요가 있다. 헌법은 한국사회 운영되는 원리를 담은 계약서라     소비자인 우리는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고 따져가며 살아야 한다. 1987년에 만들어진 헌법이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생각되면 새로운 계약서로 갱신할 필요  있지 않은지도 생각해야봐야 한다. 우리는 똑똑한 헌법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다양한 인용이 버겁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울리  벡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사상가들이 등장하다보니 주요 금언들의 나열에   깊이 있는 해석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문장이 살갑지 못해 최신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점도 책장의 무게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법정신의 구현이라   있는 촛불집회를 만들어낸, 가장 헌법적인 국민의   람으로 인문학 고전과 최상위 법체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책을  번쯤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사족 한 가지. 헌법은 왜 ‘법’의 형태로 만들어졌을까? 한 국가의 체제와 사상과 철 학과 이념, 지향하는 이상향을 담겨 있는 규범인만큼 헌법이 아니라, 憲 혹은 국헌 이라 불러야 한다는 원로 교수님의 지적도 다시 한번 되새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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