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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Jul 23. 2022

도구


에버노트 때문에 머리가 깨끗해졌습니다. 


제목만 보면 에버노트 광고인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 근래 이것저것 잡스러운 생각들 때문에 한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회사 일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일들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단편적인 생각들만 이리저리 머리속을 왔다 갔다 하던 상황이었네요. 


그런데 우연히 에버노트 사용 후기를 보고 휴대폰에 설치하면서 뭔가 하나씩 정리가 되는 느낌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써봤는데 이렇다 할 효용을 느끼지 못해 삭제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왜 사람들이 에버노트를 쓰는지 알게 됐습니다. 일단 조각난 생각들을 구조화하고 관련 자료들을 모아놓는데 있어서는 최고의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뇌를 폴더로 만든다고나 할까요?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착착착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웹서핑 하다가 '나중에 봐야지'하고 스크랩 하기에도 아주 편리하고 같은 주제의 노트를 노트북으로 묶어 놓으면 정리도 간편합니다. 사람이 도구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사람으로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이런 작은 도구가 큰 힘을 발휘할 줄은 몰랐네요. 머리 속이 맑아졌습니다. 


도구 얘기가 나왔으니, 제가 쓰는 몇 가지 도구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일단 저는 글을 쓸 때는 메모장을 주로 이용합니다. 예전에 기사 쓰는 일을 할 때도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으로 제공되는 윈도우메모장을 주로 썼습니다. 하얀 바탕에 까만색 맑은고딕체로 글을 쓰면 편집이나 링크 같은 잡생각 없이 오로지 텍스트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모바일에서는 아이폰 기본 어플인 메모장을 주로 씁니다. 보통 블투 키보드를 연동해서 쓸 때 이용하는데, 아이폰 메모장을 실행한다는 건 초안이나 초고를 하나 완성하거나 다른 사람의 글의 최종 편집으로 마감한다는 의미입니다. PC와의 연동 때문에 네이버메모장을 써보기도 했는데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서..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도스 3.0 시절부터 애용하던 프로그램입니다. 군대 시절에는 컴퓨터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타자 속도와 표 기능을 이용한 둥그런 연병장 그리기 등의 실력를 뽐낼 정도로 저의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훈련한다고 남들은 총 챙길 때 저는 컴퓨터를 챙겼죠. 지금은 보고서 쓸 때만 가끔씩 쓰는데 그나마 보고서 쓸 일이 없으니까 주요 기능들도 다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브리핑이나 인터뷰 내용을 녹음해 놓고 나중에 그 녹취를 푸는 것도 엄청나게 고된 노동이었는데 이 부분은 요즘 클로바노트가 해결해줍니다. 간편하기도 하고 음성 인식률도 높긴 한데 확실히 직접 들으면서 녹취 풀 때보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긴 합니다. 도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고, 해줄 수 없는 일이 있는데, 녹음을 다시 들으면서 그 말이 있었던 전후맥락에 대한 이해는 도구가 해줄 수 없는 모양입니다. 꼭 다시 한번 듣게 됩니다. 


이 밖에도 아이폰에서 제공하지 않는 통화 녹음 기능은 Switch라는 어플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고, PDF 문서를 읽을 때는 'PDF노트'라는 어플을 씁니다. 수없이 많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 기억하지 못하니까 '비밀번호 뭐였지?'라는 어플에 저장을 해놓고 전자책은 YES24 전자책을 주로 이용합니다. 불과 10년 전에 나의 생계가 되었던 프리미어와 포토샵, 한글워드프로세서와 작은 디지털 녹음기는 이미 제 손을 떠난 지가 오래됐네요.


세월이 지나면서 환경도 달라지고 도구도 달라졌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분주하고 여전히 산만하며 여전히 번잡스럽습니다. 어제 제대로 처음 써 본 에버노트 처럼 사람 자체를 좀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그런 어플은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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