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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Aug 10. 2022

나는 에세이스트가 되기로 했다


나는 참 개성 있는 사람이다. 일단 생긴 것부터 그렇다. 이렇게 생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작고 날카로운 눈매, 오똑..게 하나 싶은 코, 이리저리 어지러운 치열 등. 그리고 생각과 말도 독특하고 개성있게 하는 편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에서 볼 줄 알고 다른 이의 눈길을 끄는 방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 


에세이는 그런 글쓰기 장르다.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과 감성을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써 나가는 글, 그게 에세이다. 전문 에세이 작가들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쓰면 된다'라고 하는데, 읽을 때는 쉬워 보이지만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문장 속에 자기만의 생각을 담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에세이를 잘 쓸 수 있을까?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나는 왜 이 장르에 유독 취약할까? 오늘 그 답을 아주 조금 찾은 듯하다. 


에세이의 핵심은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세상 사는 일에 정답이 없듯이 자신의 생각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거리낄 것도 없어야 하는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잘 안된다. 욕 먹는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일종의 자기 검열의 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내용을 말해도 될까? 생각을 있는 대로 드러내도 될까?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사회적으로 지탄받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상태에서는 개성 있는 생각과 표현이 나올 리 만무하다. 예를 들어, 나는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를 지지하고 동성애를 거부하며, 여름에는 개고기를 즐겨 먹지만 이런 나의 지향이나 취향이 알려졌을 경우 받아야 하는 지탄이 두려웠다. 


그동안 내가 가졌던 직업이 객관성과 공정성, 중립성을 강조하는 일이어서 더욱 그러했을 수도 있겠다. 혹은 성장 과정에서의 사회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이 있었을 수도 있다. 논쟁적 주제에 대해서는 공개적 언급을 회피하는 일이 많았다. 사람은 그렇지 않으면서 글은 올바르게 쓰려고 하니 에세이가 될 리가 없다. 모든 글에는 결론과 교훈과 시사점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도 에세이스트로서는 장애가 됐다. 그저 현재의 상태를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글을 쓰는 건 작가가 쓰지만 글을 완성하는 건 독자다. 어떤 글을 내지르던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글이 갖는 존재의 의미는 달라진다. 억지로 예쁜 글을 쓰지 말고 내 글을 예쁘게 읽어줄 독자에게 감사하며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가자.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가 옷을 하나씩 벗듯이, 세상 앞에 나를 꺼내어 놓는다는 심정으로 나는 에세이스트가 되기로 했다. 이것이 오늘 내가 찾은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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