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단 '나는 작가'라는 자기 최면이 좀 필요하다. 스스로 작가인 양 착각에 빠져도 괜찮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개설만 해놓고 글은 아직 쓰지 못했더라도 그냥 작가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머지 않아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백백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4일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 왜냐고? 작가니까!
사회생활 중에 만난 사람들 중에 상대방의 직급이나 직함을 한 급씩 높여서 불러주는 분이 있었다. 이를테면 차장을 만나면 '부장님'이라고 부르거나 사무관한테 '서기관님'이라고 부르는 거다. 대학원 다닐때를 생각해보니 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는 '박사님'이라고 불러준다. 단순히 기분 좋으라고 하는 아부가 아니라 박사라고 불러줘야 진짜 자기가 박사인 줄 알고 박사가 해야 하는 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줬을때 이름 없는 풀이 꽃이 되었다’ 이런 시 구절도 있으니 말이다.
작가라는 자기 최면은 작가로 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엄숙한 의식과도 같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 시작한다면 그 사람은 작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쓰는 언어와 하는 행동이 작가를 기준으로 재정립되기 대문이다. 작가가 되는 것은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다. 마음가짐을 작가로서 갖는 순간부터 모든 언행은 작가처럼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필명을 정하고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하면서 부터 브런치는 나를 '작가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쓰니까 작가인 것고 작가니까 써야된다. 앤 라모트는 <쓰기의 감각>이라는 책에서 ‘작가’ 마인드를 갖게 되면 어떻게 사람이 바뀌는지 설명했다. 내가 경험했던 것과 똑같은 이야기여서 놀라운 마음에 소개한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나서부터 일어나는 현상 중 한 가지는 자기도 모르게 작가처럼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글의 소재로 보이기 시작한다. 자리에 앉거나 산책을 나가도 당신의 생각은 당신이 쓰고 있는 글의 일부분에 머물 것이고, 작은 장면 하나를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나 당신이 창조한 캐릭터의 초상에 도달할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준비물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는 휴대폰과 아이패드를 주로 이용한다. 가방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작은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입해 항상 갖고 다닌다. 펜과 노트를 갖고 다니라고 조언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그마저도 구식이다. 휴대폰의 녹음 기능만 잘 사용해도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를 기록하는데 문제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작가의 위대함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독특한 관찰력과 통찰에 나온다. 작가가 보는 시각은 확실히 일반인의 관점과는 다르다. 오랜 시간 연습을 통해 생각하는 뇌가 단련되어 있어 내공의 깊이가 있다.
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