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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Nov 06. 2024

타로카페에 대한 잡스러운 이야기

시내를 걷다 보면 ‘타로 상담’ 팻말이 걸려 있는 카페를 쉽게 볼 수 있다. 무속과 역술을 종교로 삼고 있는 내게 타로카페는 그저 젊은 친구들이 연애 고민 상담이나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피식 웃고 지나치곤 했는데, 오늘 그 타로카페에 다녀왔다. 그것도 차로 30분이나 걸리는 곳까지 일부러.


오후 3시에 문을 여는 충남 공주의 타로카페 ‘하루’는 테이블 4개에 모두 16명이 앉을 수 있는 아주 작은 카페다. 사장님 한 명이 음료도 준비하고 타로도 보느라 바쁘다. 그런데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손님들이 줄을 선다. 상담 내용도 제각각이다. 연애 문제를 물어보는 젊은 대학생, 알바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물어보는 편의점 사장님, 이혼을 할지 말지를 물어보는 중년의 남성도 한 명 있다. 카페 사장님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냥 재미로만 보세요”라고 강조하지만 ‘예언’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간 진지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타로를 통해 미래를 궁금해 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인간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부터겠다. 15세기 유럽에서 카드 게임의 일종으로 시작된  타로 카드를 뽑아 자신의 운세를 점쳐 보다가 어느덧 자신의 운명을 예언하는 도구가 됐다. 화투 패를 뽑아 하루 운세를 점치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운세가 궁금한 건 동양 사람이나 서양 사람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 카페가 타로로 유명해진 건 놀라울 정도의 디테일에 있다. 여름에 비 오는 소리, 겨울에 눈 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 재미 삼아 보는 것‘이라는 강조가 무색해질 정도로, 어지간한 점쟁이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정확도가 이 카페를 문전성시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잘 될 거예요 “ ”기회가 올 겁니다 “ 이런 소리는 안 한다.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주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40대 후반에 취업과 논문과 작가 중에서 진로를 선택하겠다고 온 내게 들려주는 답이 걸작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 취업은 안될 거고 논문은 힘들어요. 그리고 글은 안 팔릴 거예요 “


이렇게 뼈 때리는 예언을 들었는데도 전혀 기분이 나쁘거나 서운하지 않다. 진짜로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하는 얘기 같기 때문이다. 타로가 알려주는 미래가 진짜로 맞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내게, 이렇게 해야 할지 저렇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 하는 내게, 이렇게 정확하고 선명한 표현으로 갈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또 있었던가. 중요한 건 어쩌면 예언을 듣는 사람들의 진지한 표정 속에 담긴 희망과 위로일지도 모른다. 재미 삼아 다녀온 타로의 예언을 재미로만 듣기에는 앞날이 너무 불투명하다. 그걸 헤치고 나가는데 작은 위로가 된다면 타로면 어떻게 무속이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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