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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 욱 Nov 05. 2024

<아무튼, 골프>를 꿈꾸며

 

오늘은 운동을 좀 해야겠다 싶어서 스크린골프장을 예약했다. 지인들과 수다를 떨면서 즐겁게 치는 골프도 좋지만 어떤 날은 이렇게 혼자 온전하게 운동에만 집중하기 위해 종종 연습장을 찾기도 한다. 화면 보고 공 치는 운동이 무슨 운동이 되겠나 싶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전신운동이다. 저 푸른 초원위에 있는 힘껏 드라이버샷을 날리려면 온 몸 구석구석의 안쓰던 근육들이 동시에 깨어나야 한다.      


이 골프라는 스포츠는 참 묘한 데가 있다. 다른 종목들은 상대와 다퉈 점수를 얻고 한 점이라도 더 많이 내는 쪽이 이기는 반면, 골프는 규정된 타수보다 적게 쳐야 이기는 운동이다. 성적에 따라 순위도 매기고 상금도 주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라고 부른다. 인간적이면서도 어찌보면 인생과도 닮아 있는 스포츠다.      


물론, 진짜 골프의 묘미를 알기 위해서는 필드에 나가야 한다. 많이 대중화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비용이 비싸서 어쩌다 한번 필드 라운딩이라도 잡히면 초등학생들이 꼬깃꼬깃 용돈을 모으듯이 한동안은 근검절약의 정신을 실천한다. 그리고 마음은 이미 푸른 잔디 위에 올라서 있다.      


이건 그냥 운동이 아니다. 어떤 날은 인생의 축소판, 아니 삶 그 자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바람쐬러 나온 소풍이다. 첫 홀 첫 티샷은 그날 골프의 모든 것이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가는 흰 공처럼 오늘 하루도, 앞으로의 내 인생도 거침없이 비행하기를 바라게 된다.      


인생이 순탄하지 않듯이 골프도 그렇다. 내 뜻대로 가는 공은 없다. 거친 벙커에 빠지거나 나무 뒤로 사라져 버린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예 갈 길을 잃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 순간의 실망과 분노, 좌절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이것이 나의 한계임을 담담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다음 샷을 이어서 할 수가 없다. 실수와 좌절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스윙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스코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닫는 희노애락과 교훈이다. 그 느낌들으르 껴안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음 홀을 어떻게 맞이할지는 내 몫이다. 골프라는 운동이 내게 주는 의미와 가치가 이렇다. 오늘 스크린골프의 스코어는 라베를 찍었다. 골프가 좀 더 재미질 때, 그리고 골프가 주는 인생의 교훈을 좀 더 깊게, 좀 더 진하게 깨달을 때 쯤, <아무튼, 골프>를 꼭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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